[韓·中·日 바둑영웅전] 3관왕 최철한
제6보(128~183)
이겼다고 여긴 최철한은 완벽하게 셔터를 내렸다. 이창호가 잔끝내기에 묘기를 다해 보았지만 이미 때가 늦어 있었다. 묘하게도 이 바둑에서는 쌍방에 실착이 없었다. 딱 하나 등장한 이창호의 실착. 그것이 승부를 갈랐다.
놀랍게도 19세의 최철한은 국수전과 기성전을 연거푸 제압했다. 세계랭킹1위 이창호가 번기에서 연거푸 패한 것은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최철한은 천원, 국수, 기성을 아우르는 3관왕이 되었다. 국내 타이틀의 수효는 이창호도 이젠 3관(왕위, 명인, LG정유배)에 불과하니 이제 이 두 사람이 국내 타이틀을 양분한 셈이다. 너무도 급격한 세력 변동이었다.
1995년에 조치훈을 꺾고 새로 ‘기성’이 되었던 고바야시 사토루는 이긴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승부는 요행히 내가 이겼지만 실력은 조치훈선생이 나보다 우월하다. 내년도에 꼭 조치훈선생이 도전자가 되어 리턴매치를 벌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 승부가 진짜일 것이다. 그때에도 내가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996년 조치훈은 도전권을 따내 리턴매치를 벌인다. 그리고 다시 ‘기성’이 된다. 지금 최철한의 심정도 그때의 사토루와 비슷할 것이다. 내년도에 이창호와 다시 10번기를 벌여 거기서 이겨야 승리를 실감할 것이다.
“이번 10번기에서는 어쩐지 이창호가 힘을 다 쏟지 못한 인상이다. 결투에서 무기의 선택권을 상대에게 양보한 셈이었다. 반면 최철한은 그야말로 올인할 수 있었다.”
이창호와 동갑이자 오랜 친구인 윤성현9단이 한 말이었다.
183수이하줄임 흑2집반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1-25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