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Logistics)의 태동을 학자들은 흔히 전쟁 중에 필요한 물자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해상을 장악함으로써 왜군의 군수물자 보급로가 차단됐고 이는 임진왜란을 종식 시키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최근 이라크 전쟁만해도 미군은 지상군의 보급로를 중심으로 진지를 구축해 원활한 전쟁수행을 했다고 보겠다. 우리 인식 속 물류의 모습이 딱딱하고 경직된 `보급`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물류의 태생과 무관치 않은 듯 하다.
그러나 이런 태생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물류도 새로운 옷을 갈아 입고 있다. 과거에는 전쟁 물자든 상업적 물자든 이를 제대로 운송하는 것만이 물류의 이슈였다면 지금은 이러한 물자를 제대로 운송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품을 받거나 보내는 사람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그렇다면 물류 서비스란 무엇일까. 물류서비스를 제공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정확히 배달 약속을 이행하는가와 접점의 순간에 얼마나 친절한 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정확한 약속이행에는 사전정보제공, 위치추적, 정시배송, 정확한 수량, 안전한 배송 등이 포함 될 것이다. 접점에서의 친절은 배달원의 복장, 표현단어, 말투, 인상, 동작 등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접점 배달원의 태도와 행동에 따라 물류서비스의 질이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배달원들에게 항공사 스튜어디스에 버금가는 친절 수준을 요구하며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깨끗한 복장, 적극적인 태도로 활짝 웃는 배달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상냥한 웃음의 여성 배달원이 활약한다. 동일 지역에 전담 배달원을 배치해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또한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속속 선 보이고 있는 정확한 배달 서비스는 물류서비스의 질을 크게 향상 시키고 있다. 인공위성을 통한 위치추적이 일반화되고 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배송예정일을 안내하는가 하면 지정일 배송제로 고객이 희망하는 날짜에 배송하기도 한다. 배달 받은 의류를 구김 없이 바로 입을 수 있도록 행거를 탑재한 차량으로 배송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어난 물류 서비스의 혁신 사례들을 보면서 어떤 이는 도무지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고 있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고 말한다. 선도 업체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는 물류서비스를 따라 가기 벅차다는 소리도 들린다.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어서 앞으로의 모습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물류서비스 혁신의 방향은 무엇이고, 미래 물류서비스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한 단서는 `고객`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변화의 핵심은 물류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산업이 국내 물류 발달에 이바지 했겠지만, 홈쇼핑은 특히 고객 중심의 물류를 발달시켜 왔다고 자부한다. 홈쇼핑은 업태의 특성상 집에서 편안히 상품을 주문하고 받아 보기 때문에 무엇보다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완벽한 물류 서비스 제공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무점포 유통인 홈쇼핑 사업의 가장 큰 인프라는 물류시스템이고 이에 대한 대대적 혁신은 서비스 산업의 고객 만족 개념을 물류에 도입하면서 가능해졌다.
물류에서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기본으로 설정하여야 하는 것은 어떤 수준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한 후에 이에 부합하는 물류시스템과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고객중심`의 사고가 물류서비스의 올바른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80년대까지 우리나라 물류산업이라고 하면 운송만을 떠올렸으며 물류비용을 어떻게 절감할 것인가 만이 유일한 화두였었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기간 `택배`가 활성화되며 물류서비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이제는 물류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21세기 동북아 물류의 허브를 자처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물류산업의 혁신을 어떻게 이루어 낼 수 있을까. 그 열쇠는 `고객 중심`의 사고에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물류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물류 인프라를 점검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윤수철 LG홈쇼핑 상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