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해묵은 채권단 갈등 재폭발… 조기 타협해야 정상화 물꼬

■ 동부제철 차환발행 신디케이트론에 급제동<br>신보 "돈 들여 차환 지원해줘도 빚갚기에 쓸 수도"<br>산은 "지난해 1,200억 더 지원…만기연장은 안돼"<br>막판 '정책금융기관 대출만 연장' 타협 가능성도


김준기 동부 회장이 평생 자신의 꿈이었던 반도체 사업까지 포기하면서 그룹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번에는 채권금융기관 간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회사채 차환의 경우 동부 측에서 예상 밖의 고강도 자구 계획을 발표하면서 손쉽게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채권단 간 이해관계가 맞서면서 정상화 작업이 처음부터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이는 다른 그룹의 정상화 과정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구조조정의 뚜렷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계속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기업 구조조정이 언제든 산으로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보, "이대로는 회사채 차환해줘도 어웅한 곳에 쓴다"=신용보증기금이 동부제철이 은행권에서 빌린 신디케이트론 8,000억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신보가 차환발행을 신청한 기업의 회사채를 가장 많이 떠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동부제철이 12월 만기 도래되는 회사채 1,050억원 가운데 회사 자체상환액(20%)을 제외한 840억원 중 504억원(60%)을 책임져야 한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형태로 편입해 일반투자자에게 팔지만 신보의 보증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신보가 다른 기관보다 동부제철의 원리금 상환능력이나 유동성 부분을 깐깐하게 살피는 이유다.

동부제철은 당진제철소를 지을 때 산은 등 채권단에서 8,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다 썼는데 이달부터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이달 말 35억원, 12월 말 320억원, 2013년 1,500억원, 2015년 1,600억원, 2016년 1600억원, 2017년 이후 2,945억원 등 매년 분기마다 돈을 갚아야 한다. 돈을 들여 기껏 회사채 차환을 지원해줬더니 동부제철이 채권은행들의 빚을 갚는 데 유동성을 소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신보는 채권단이 적어도 차환 지원액을 회수할 수 있는 2016년 이후로 신디케이트론 상환일을 늦춰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보 관계자는 "동부제철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2015년까지 1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밝혔지만 실제 돈이 들어와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채권단도 기업 입장을 고려해 원래 상환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보는 채권단이 계속해서 신디케이트론 상환을 고집할 경우 동부제철의 차환 발행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신디케이트론 만기 연장 안 된다"…갈등 봉합 쉽지 않을 듯=8,000억원 신디케이트론이 돌발 변수로 등장하자 산은은 무척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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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만기였던 것을 올해 말로 1년간 연장한 것인데다 신디케이트론이 여러 은행느로 구성돼 있어 다시 만기 연장 동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만기 연장 과정에서 대주단이 1,200억원의 자금을 더 지원해줬기 때문에 더 이상 연장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동부그룹의 3조원의 자구계획안 발표 이후 유동성 위기가 잦아지는 등 그룹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는 와중에 신보의 반대로 차환 발행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예정된 자산 매각 등이 이뤄져 현금이 유입되면 신디케이트론 상환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가 요구한 신디케이트론 만기 연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동부제철의 회사채 차환이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히면서 동부그룹 정상화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차환 발행의 키를 쥐고 있는 두 기관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면 차환발행이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핵심계열사인 동부제철이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휘말려 3조원 규모로 마련한 동부그룹 자구 계획안마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은 관계자는 "12월 물 차환 발행이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말까지 의견 접근을 이루면 된다"면서 "신보와 계속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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