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의 관세조치는 당장 하이닉스의 생존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듯하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유동성에선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생산라인 매각ㆍ축소나 전환 등의 조치가 신속히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 상황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서서히 말라죽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닉스 방어책 제한적= 하이닉스는 미 당국의 관세 조치로 당장 월 300억원 정도를 예치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하이닉스로선 연간 5억달러 가량의 시장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까지 30% 정도의 관세를 매길 경우 월 60억원 정도의 추가 예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액만으로 따지면 최종 판정 때까지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 하이닉스도 미 PC업체들의 해외 생산공장에 D램을 납품하고, 유진공장의 생산물량을 극대화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A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관세부과는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 사실상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3조원어치를 팔아 1조9,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1분기도 상당한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가 대응책으로 내세운 유진공장도 원가경쟁력이 뒤져 도이체방크의 채무재조정안에서 매각대상에 포함됐다.
영업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영이 악화하면서 미국 델컴퓨터의 경우 이미 지난해 고정거래선을 타이완의 난야로 돌렸다. PC업체들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원한다. 하이닉스가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납품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 경우 현물 거래가 하락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하이닉스로선 한마디로 설상가상의 형국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회생위해선 `D램 값 회복+알파` 필요=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근본적인 회생을 위한 전제로 D램 값 회복과 함께 제3의 `알파(∝)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B증권 애널리스트는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은 그리 많지 않다. 생산시설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채권단의 신규 자금 수혈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진공장 등 생산라인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이 있지만,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 반도체 전문가들은 생산라인의 일부를 폐쇄시키는 방안을 내놓기도 한다. 이 경우 물량이 줄어들어 가격 상승을 가져오고, 수익성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흐름을 상승곡선으로 돌리고 진행중인 자구계획에 최대한 속도를 가할 경우 회생의 빛을 찾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