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7월 4일] 경제생각에… 중국 생각에…

[데스크 칼럼/7월 4일] 경제생각에… 중국 생각에… 이용웅 yyong@sed.co.kr 나라가 어수선해지면서 느닷없이 중국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DP(국내총생산)를 비교해 보면 근래 중국이 우리 보다 3배 가까이 늘어 나 있지만 그 때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GDP 차이가 거의 대동소이했다. 당시 우리의 국민소득이 중국 보다 30배 가까이 많았다. 수교 이전이라 중국 취재를 하려면 정식 비자가 안 나오는 상황이어서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중국 취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바로 그 때부터 한국인의 중국관과 중국인의 한국관의 변천사를 지켜 보면 정말 기분이 '뭐?'같은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수교 이전에도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부터 몇 차례 중국 방문 길 현지에서 들은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대목이 많았다. 물론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유언비어일수도 있으나 한국인들의 오만방자함이 중국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만 했다. "한국인 관광객 한 명이 연변 용정 시내를 걸으면서 1달러짜리를 마구 뿌리고 다니더라. 허름한 차림의 중국인들이 놀라 한꺼번에 몰려 돈을 줍기에 여념이 없자, 다른 한국인들이 손가락질 하며 웃고 비웃고 난리가 아니었다. " "산동성의 한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가 근무시간에 몰래 싸온 만두를 먹다가 한국인 관리에게 들켰다.그러나 이 한국인은 대뜸 성낸 표정을 감추지 뭇하고, 한 10인분의 만두를 주문하더니 그 종업원에게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했다." 대충 이런 내용들이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한중 수교 이후 시간이 유성처럼 흘러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확대재생산되기만 했다. 여기에다 한류열풍이 불어 중국인들의 한국문화 선호현상이 확산되자 한국인들의 자부심이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 때 중국인 종업원에게 만두를 억지로 먹이던 한국인인지는 몰라도 산동성을 중심으로 한국인 기업가들의 야반도주가 속출하고, 중국 경제 움직임에 우리 경제가 일희일비하며 반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드라마에 홀려 한국을 찾아온 한 중국인 유학생은 강북과 서울 근처를 돈 뒤에 이런 글을 그들의 사이트에 남기고 있다. "솔직히 나는 한류영향을 받아 한국을 아주 앞선 선진국으로 봤다. 그러나 버스 밖의 풍경을 보며 나는 나의 눈을 의심했다. 낡아빠진 단층집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허술한 거리가 정말 서울이란 말인가.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높은 고층 빌딩과 호화별장은 다 어디로 갔는가." 불과 3년 전 중국의 장홍지에라는 지식인인 쓴 '중국인은 한국인보다 무엇이 부족한가'에서는 우리를 반드시 본받아야 할 표본으로 삼고 있었는 데 상황이 벌써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200여년 전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청나라의 선진문물에 흠뻑 반해 주눅이 들었던 모습을 역설적으로 연상시킨다. 조선 성종 때의 유학자 최부의 '표해록'(票海錄)에도 명나라가 조선과 비교해 얼마나 선진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과거 수천년간 중국은 우리나라를 가르치던 선진국이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우리나라는 마오쩌뚱에게 매우 고마워해야 한다"고 사석에서 즐겨 말하고는 했다. 중국이 문화혁명을 거치지 않고 그 때부터 산업화에 나섰다면 우리나라에 고도성장이라는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한나라당은 과거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욕을 했지만 지금은 설익은 MB노믹스가 좌충우돌하면서 '잃어버린 5년'이 찾아오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진로를 진지하게 모색할 때에 전근대적인 사회 갈등과 지도자들의 소아병적인 리더십이 우리의 앞날을 가로막는 것 같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다 우리 지식인들이 또 한번 '열하일기'나 '표해록'같은 중국 기행문을 쏟아내며 탄식하게 된다면 그처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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