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계열사를 통해 SK C&C에 일감을 몰아줘 3조원이 넘는 이익을 얻었는데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신유미 롯데그룹 고문도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이 지분을 가진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에 일감을 몰아줘 1,000억원이 넘은 이익을 챙겼다고 감사원을 밝혔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9개 그룹에 대해 증여세 과세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세청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식거래 및 주식 이동 과세 실태’ 감사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0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01년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한 후 계열회사 물류 관련 업무를 몰아주는 방법으로 재산을 이전했다. 정 부회장의 최초 출자액은 20억원이었지만 2004년 이후 2조여원의 주식가치 상승과 배당금 등을 통해 3조원6,000억원의 수익을 챙기고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최 회장 역시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SK C&C를 설립하며 10억원이 안 되는 투자를 했지만 계열사를 동원한 일감 몰아주기로 주식가치 상승과 배당금 등 3조1,749억원의 이익을 얻고도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신 사장과 신 고문도 롯데쇼핑을 통해 자신들이 지분을 보유한 유원실업ㆍ시네마통상과 계약을 체결, 일감을 몰아줘 1,000억원 넘는 이익을 챙겼지만 국세청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은 9개 그룹이 이 같은 편법적 부의 이전을 통해 오너들이 수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겼는데도 국세청이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조사도 하지 않고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며 재정부와 국세청에 증여세 부과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담당국인 자산과세국이 주관이 돼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올 1월1일 이후 발생하는 거래분부터 적용 대상이어서 2011년 12월31일 제도 시행 이전의 행위에 대해 과세가 가능한지 따져볼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 사례에 대한 과세 여부를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 “그 실태와 관련 규정을 면밀히 살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지만 성격상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