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고행을 자초한다는 점이다. 그의 고행은 이득을 챙기고 본 업보에 해당한다. 그는 이득이 보이면 거의 무조건 챙기고 본다. 그것이 미끼인 것이 분명한 경우라도 제법 맛이 있겠다 싶으면 태연히 삼키고 본다. 미끼를 삼킨 업보로 그에게 도래하는 고행길은 물론 험난하다. 그러나 그는 그 괴로움을 즐기며 타개한다. 이따금은 타개에 실패하여 대마를 잡히고 대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낭패로 끝나는 경우보다는 진작에 챙긴 실익으로 인하여 판정승을 거두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창하오가 77을 선수로 활용하려 했을 때 78로 변신한 것까지는 지당했다. 고지식하게 참고도의 1에 응수하면 흑2, 4로 좌변의 주도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81로 차단했을 때 82에서 84로 패를 만든 것은 과욕이었다. 82로는 97의 자리에 점잖게 뻗어두는 것이 정수였던 것. 상변에서 중원으로 뻗어나온 백대마가 핀치에 몰렸건만 조훈현은 태연히 94로 이득을 챙기고 본다. 백대마는 아직 온전한 집을 하나도 갖지 못한 상태. 무사히 수습되면 백이 괜찮은 형세지만 일단 전망은 어둡다. (90…82. 96…85) /노승일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