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달밭’으로 꼽히던 종목들에서는 아쉬운 ‘노골드’가 이어졌다.
한국 레슬링은 종목 나흘째인 24일에도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해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처음으로 ‘노골드’로 대회를 마칠 위기에 처했다. 이날 열린 남자자유형 84kg급 결승전에서 이재성(24ㆍ제주도청)은 자말 미르자에이에 0-2로 패해 은메달에 그쳤고 74kg급의 이윤석(21ㆍ용인대)은 동메달 한 개를 추가했다. 한국 레슬링은 첫날 금메달 후보였던 그레코로만형 60㎏급의 정지현(27ㆍ삼성생명)과 55㎏급 최규진(25ㆍ조폐공사)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을 시작으로 최악의 대진운과 실수가 겹치면서 매번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로써 한국 레슬링은 25, 26일 열리는 자유형 중량급과 여자 자유형에서 마지막 자존심을 기대해야 할 상황이다.
여자 하키도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여자 하키는 이날 광저우 아오티 하키필드에서 열린 중국과 결승에서 전ㆍ후반을 득점 없이 비긴 뒤 연장 전후반 역시 무득점에 그치자 승부타 끝에 4-5로 패했다. 1998년 방콕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2002년 부산에서 은메달, 2006년 도하에서 4위에 그쳤던 한국은 12년만에 정상을 노렸지만 4년 뒤를 기약하기로 했다.
한 때 ‘한국 스포츠의 꽃’이었던 복싱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국 복싱은 이날 남자 60kg급과 여자 75kg급 준결승에 진출한 한순철(26ㆍ서울시청)과 성수연(18ㆍ여주여고)이 나란히 패해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복싱이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조차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54년 마닐라 대회 박금현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스포츠 가운데 가장 많은 56개의 금메달을 땄던 복싱은 1990년대 들어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남자 10명, 여자 3명을 내보내며 부활을 노렸지만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딴 4년 전 도하 대회 때보다도 못한 최악의 성적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