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남 탓만 하는 개미

“애꿎은 개미들만 피해를 봤다.” “큰손의 부도덕한 먹튀를 제재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증권 포털사이트에서 최근 주가가 급등락한 소프트포럼 게시판에 들어가봤다. 소프트포럼의 큰손인 구본호씨가 지분 처분 사실을 공시한 지난 22일 오후부터 이 게시판에는 그를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소프트포럼은 구본호씨가 투자한 사실이 뒤늦게 재료로 부각되며 22일까지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다가 이후 이틀 연속 하한가로 돌아섰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대개 개미들은 스스로를 ‘애꿎은 투자자’라고 표현한다. 애꿎다는 아무런 잘못 없이 억울하다는 뜻이다. 개미는 과연 애꿎은 걸까. 구본호씨는 정말 ‘애꿎은 개미’들에게 피해를 입힌 부도덕한 큰손일까 그는 지난해 3월 20억원 남짓한 돈을 소프트포럼에 투자했다. 이번 주식 처분으로 벌어들인 차익은 대략 2억7,000만원.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디어솔루션의 지분가치만 해도 500억원이 넘는 자산가인 그가 고작(?) 이 정도 돈을 벌기 위해 온 세상의 비난을 감수하기로 작정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구씨 측은 이에 대해 “단순 주식투자로 인한 불필요한 잡음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개미건 큰손이건 주식투자로 돈 벌고 싶은 심정은 똑같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았을 뿐인데 부도덕하다고 손가락질하면 참 억울하다. 더욱이 구씨 측 말대로라면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이제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미들 등쌀에 오히려 애꿎은 큰손이 주식투자도 하지 못하게 되는 피해를 보는 셈이다. 적어도 이번 일만 놓고 볼 때 그는 부도덕한 큰손이 아니듯이 개미 역시 애꿎은 투자자는 아니다. 그들은 이번 소프트포럼 주가가 구씨 때문에 오른다는 것을 알면서 랠리에 참가했다. 그 랠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면서도 리스크를 감수한 것이다. 자기 책임이다. 증시는 모두에게 평등하다. 모두가 룰만 제대로 지킨다면 투자 결과는 능력대로 돌아간다. 행여 주식투자하면서 남 탓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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