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와 talk, talk] 김기석 로만손 사장

시계서 토털패션으로 사업 확장 "中·印 이어 중남미 공략"


두 달 동안 독하게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그나마 해외영업이 선전했기에 망정이지,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은 매출을 ‘키코(KIKO)’라는 듣도 보도 못한 환헤지 상품 한 방으로 날리고 나니 기가 찼다. 김기석(사진ㆍ47) 로만손 사장은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보니 이거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 말한 뒤, “그나마 회사 잉여금을 쓰거나 은행 차입을 안 해도 되고, 올해 작게나마 순익을 낼 수 있다는 게 다행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벌이던 시각, 서울 가락동 집무실에서 김 사장을 만난 지 얼추 1년이 흐른 뒤 그와 다시 마주 앉았다. 이번엔 그의 단골 횟집으로 인터뷰 장소가 바뀌었다. 바뀐 건 장소말고도 있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로만손이 공장을 둔) 개성공단에 대한 시각이 180도로 바뀌었다. ‘키코’라는 복병은 해외에서 승승장구 하던 실적에 찬물을 끼얹었다. ‘키코 손실’ 딛고 실적향상 매진 -앞으로 환헤지 상품에 손도 안 대시겠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어이쿠. 사업 잘 해서 정상적으로 돈 벌 생각입니다. 이번 일을 겪고, 한 대기업 임원한테 여쭤봤어요. “들지 마세요” 하시더군요. 대기업이야 정보가 많고, 보고서도 계속 받으니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알지만, 중소기업이 뭘 아냐는 겁니다. “중소기업은 몇 십억 날라가면 망합니다” 하는데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사정이 많이 다르죠. ▦중소기업은 뭐든 급박하게 움직이면, 오르던 내리던 모두 악재에요. -올해 로만손은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로만손 같은 중소기업이 20년 넘게 사업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로만손이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기반을 다지고, 손목시계에서 쥬얼리, 쥬얼리에서 다시 토털패션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올해는 브랜드 ‘제이에스티나’가 쥬얼리에 이어 의류, 가방으로 아이템을 늘렸어요. ‘키코’ 때문에 그렇지, 올해 실적도 좋았습니다. 상반기에는 가려졌지만, 하반기엔 주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패션기업이면 브랜드 관리가 특히 중요할 것 같은데. ▦국가가 중소기업의 브랜드를 관리할 필요가 있어요. 베이징올림픽 마지막 성화봉송주자 리닝의 스포츠 브랜드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밀어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자국 브랜드를 홀대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백화점 가보면, 외국 브랜드에 더 좋은 자리를 더 넓게 주니, 국내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브랜드가 밖에선 얼마나 힘들겠어요. 개성공단 생산활동 정상적 -최근 해외시장 분위기는. ▦중국과 인도의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부터 중국 대련 마이칼 백화점, 상하이 홍차우 공항에 1, 2호 점포를 열었고, 다음달에 3, 4호를 오픈합니다.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으로 확충해나갈 거에요. 인도는 이번 달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9~10월에 현지신문 등 대중매체 광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로만손 개성공장 상황은 어떤가요. ▦남북 경협사업 중 금강산 관광사업은 다소 위축된 것이 사실이지만, 개성공단은 좀 다릅니다.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꾸준하게 생산을 하고 있어요. 다만 통행ㆍ통관의 확대, 절차 간소화가 지연되는 문제는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올 하반기 계획은. ▦쥬얼리 부문은 ‘제이에스티나’ 매장을 쥬얼리 매장에서 토털매장으로 전환하는 일에 주력할 겁니다. 다음달부터는 대한항공 기내 판매가 시작되고, 중국ㆍ홍콩 면세점 입점도 계획 중이에요. 시계 부문은 중국, 인도에 이어 중남이 시장 개척에 나설 겁니다. 중미국가의 유통창구 역할을 하는 파나마, 급격한 내수시장 성장세를 보이는 브라질, 시장을 개방한 페루 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영업익 좋아지면 M&A 고려 -새로운 사업분야로 검토 중이신 건 없나요. ▦영업이익이 좋아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M&A를 한번 고려해볼까 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방향까지 정했던 건 아니고요. 그런데 ‘키코’ 때문에… 지금은 당분간 계획 세워둔 해외영업에 주력할 겁니다.
■ 창립 20년 로만손은…

하반기 매출 700억예상…내년 액세서리 새 브랜드 선봬
국내 최대 시계회사에서 토털패션업체로 변신 중인 로만손은 지난 2003년 런칭한 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J. ESTINA)’에 의류, 핸드백, 구두 등 다양한 제품군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패션 브랜드 확장에 나서고 있다. 현재 백화점에 입점해있는 ‘제이에스티나’ 매장은 쥬얼리 매장에서 토털 패션매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올 가을부터는 본격적인 신제품 출시도 예정돼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시계 브랜드 ‘로만손’도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바뀐다. 로만손은 유명 사진작가 그렉 카델, 보스ㆍ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한 앤드류 스미스 등과 광고 촬영을 마쳤고, 다음달부터 전국 영화관 등에서 광고에 나선다. 로만손은 올 상반기 파생상품 키코(KIKO) 가입에 따른 손실로 당초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발표했으나, 하반기에는 해외수출에 드라이브를 걸어 매출 700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추가적인 액세서리 관련 신규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도 세웠다. 현재 보유한 ‘제이에스티나’와 ‘이에스돈나(E.S.donna)’에 이어 새로운 브랜드가 추가될 경우 완전한 쥬얼리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완성될 뿐 아니라, 1,000억원 매출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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