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갈 길 먼 금융 글로벌화


요즘 뉴욕에 주재하고 있는 정부기관∙은행 등 금융사의 임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달에 유엔총회,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 등 대규모 행사들이 워싱턴과 뉴욕에서 잇따라 열리고 국정감사까지 겹치면서 국회의원∙관료∙시중은행장 등 거물급 인사들의 뉴욕 방문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서 오는 손님 맞으랴, 국정감사 준비하랴, 이 와중에 시장까지 요동을 치니 말 그대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출발 전부터 몇 개 되지 않는 은행 지점을 감사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한다는 핀잔을 들었던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 등에 대한 국감이 지난 26일 열렸다. 4명의 국감위원들은 곱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듯 당초 오전에만 예정됐던 국감 일정을 오후까지 연장하며 피감기관 이외의 현지 진출 금융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날 국감의 주요 이슈는 국내 금융사들의 최대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인 글로벌화의 미미한 성과였다. 위원들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만도 못한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을 질타했다. 한 시중은행은 뉴욕지점 설립한 지 35년이 지났음에도 대출고객이 겨우 41개 한국계 기업에 불과하다는 질책을 들었다. 한국 기업이나 동포 등 비슷한 지역에 비슷한 고객을 상대로 단순한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백번 맞는 말이다. 세계 자본의 수도라는 뉴욕에서의 한국 금융의 위상은 왜소하기 그지 없다. 국내 은행들의 주요 고객인 한국 기업들도 덩치가 커지면 미국의 대형 은행이나 일본계 은행으로 넘어가는 게 현실이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갈수록 영업환경이 나빠지면서 지점규모를 축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할 때 금융산업은 횡보 내지는 뒷걸음질쳐왔다. 그러나 못한다고 나무라기에 앞서 왜 못하는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제도적 뒷받침이나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으면 성장이 불가능하다. 아직도 풀지 못한 금산분리 문제, 흐지부지 된 동북아 금융중심지 전략 등 주먹구구식 정책으로는 금융산업을 키우기 어렵다. 세계 경제가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럽 채무위기의 진행에 따라 글로벌 금융산업의 판도는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사가 파산한 리먼 브러더스의 북미사업을 헐값에 인수해 대박을 터트린 바클레이즈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준비를 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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