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5일] 공정사회와 R&D

모든 국민은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 우리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 상반기 대일무역 적자가 사상 최대규모인 180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 한해에는 지난 2008년 327억달러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심각한 대일무역 적자는 수출대기업이 수출을 많이 할수록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ㆍ소재가 늘어나는 고질적인 산업구조 때문이다. 부품ㆍ소재를 제조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일본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도록 국가 R&D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14조원의 국가 R&D 예산의 편성 조정권을 갖는 독립된 행정위원회로 바뀔 예정이다. 정책수립과 집행의 공정성이 제고돼 R&D 예산의 집행을 둘러싼 각종 부정 집행과 불공정한 배분 등의 문제가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새로 발족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벌써부터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낸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지식경제부 R&D 사업을 총괄하는 전략기획단은 전 삼성전자 사장이 단장을 맡고 있다. 삼성 출신 임원들의 우수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국가 R&D 예산 집행에 있어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라고만 할 수 있을까. 공정한 사회에 걸맞은 인사들의 영입이 국민과의 소통의 지름길이다. 차세대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가 수출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수출대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돈이 되는 기술은 모두 대기업이 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90%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에 성장의 기회를 줘야 한다. 정부과제 선정시 재무건전성과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평가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중소ㆍ중견기업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이미 개발한 기술이 있는데도 상용화를 이유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시장의 지배력과 경제력에 따른 시스템 왜곡이 우리 사회에 너무도 깊숙이 퍼져 있다. 기업들의 공동연구도 기업 간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의 핵심인 분업과 협업, 기술의 융ㆍ복합이 가능하도록 공정한 연구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정부가 대기업 주도과제에 중소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물론 결과물에 대한 혜택이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통제할 필요가 있다. 중소ㆍ중견기업들에 균등한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R&D 예산 배분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정부의 통제와 조정기능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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