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 좌파 승리의 의미(사설)

지난 1일 실시된 프랑스 총선 2차 투표에서 사회당을 주축으로 하는 좌파연합이 승리했다. 좌파는 전체 의석 5백77석 가운데 과반수를 25석이나 넘는 3백14석(사회당 2백52석, 공산당 39석, 녹색당 7석, 군소좌파 16석)을 확보, 원내 다수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유럽에서 또 하나의 사회당 정부가 출현하는 셈이다. 지난달 1일 실시된 영국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압승한지 꼭 한달만의 일이다. 프랑스는 이에따라 우파 대통령에 좌파 행정부라는 기묘한 형태의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를 제5공화국 출범이후 3번째로 갖게 됐다. 대통령은 외교·국방에 대해서만 권한을 행사하고 내정은 총리가 맡는 권력분점 형태이다. 프랑스 총선에서 우파의 참패는 시라크대통령의 오판이 빚은 결과다. 시라크 대통령은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는 총선을 무려 10개월이나 앞당겨 실시했다. 내년 총선일정이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체제 출범과 맞물려 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 조기총선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단일통화 체제참여를 위해 현재 긴축정책을 시행중이던 참이다. 조기총선의 결정적인 악재는 심각한 실업률이다. 지난 연말 현재 프랑스의 실업률은 12.4%다. 이 가운데 25세 미만 젊은층의 실업률은 28.6%로 영국이나 독일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이들이 정치에 실망감을 갖고 집권 우파에 등을 돌린 것이다. 좌파연합의 집권에 따라 우파정권이 그동안 추진해 온 각종 개혁은 방향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총리에 취임하는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당수는 작은 정부와 기간산업의 민영화 중단, 실업대책, EU협상에 있어 프랑스의 발언권 강화 등을 약속했다. 사회당은 원내 안정을 위해 공산당의 정부 참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 공산당의 정책도 부분적으로 수용할 태세다. 이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기간산업의 민영화 문제다. 대우그룹에서 인수직전 사회당 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톰슨그룹의 멀티미디어 부문 재인수 교섭은 이제 물건너 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프랑스 진출에도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물론이려니와 기업들도 프랑스의 좌파 행정부에 대해 면밀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프랑스 총선은 영국의 총선처럼 우리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안겨 주었다. 돈안드는 선거라는 점에서다. 철저한 선거 공영제로 돈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우파 참패의 또 다른 원인은 파리시장을 비롯한 일부 집권층의 부패 스캔들이다. 민심은 선거 결과로 나타난다. 정치개혁을 앞둔 우리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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