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6兆4,530억 자사주 매입
유상증자등 자금조달의 2.3배… 주가 강세국면 진입 예고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보다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 환원 규모가 커지는 것은 증시의 강세국면 진입을 점치는 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4일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소각 규모가 공급물량(기업공개와 증자)을 능가한 지난 94~99년 증시가 강세를 보인 반면 그 반대현상이 나타난 91~93년, 2000년 이후 증시는 정체 혹은 침체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도 기업들이 증시에서 회사채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2조7,659억원)보다 주가를 관리하기 위해 들인 자사주 매입비용이 오히려 2.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212개 12월 결산 상장사는 지난 상반기 중 자사주를 매입(신탁계약 포함)한 규모가 6조4,530억원으로 순이익(18조3,099억원)의 35.2%, 매출액(171조5,490억원)의 3.8%를 쏟아부었다.
김세중 연구원은 "83년 미국다우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중장기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비교해 국내 증시가 구조적으로 비슷한 변혁기를 맞는 측면이 있다"며 "공급물량 대비 자사주 매입규모 초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상승여지에 따른 저평가 해소 기대, 장기 상승형 종목의 증가 등으로 우리 증시가 중장기적 상승 국면 진입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한편 10대그룹에 소속된 60개 12월 결산 상장사 중에서는 22개사가 상반기에 총 3조8,972억원어치(60.4%)의 자사주를 매입하며 전체 상장사 평균보다 자사주에 더 많은 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1조9,783억원어치로 1위를 기록했고 SK텔레콤과 S-Oil이 각각 9,820억원, 3,4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지속하고 ROE 역시 고공권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미국 기술주도 상승여력이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최근 상승장에서 소외됐다는 것은 오히려 향후 증시에 행운이 될 수도 있으며 연내 종합주가지수는 950선까지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입력시간 : 2004-10-04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