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

"월급 3분의1은 자기계발에 투자… 2020년 수탁 200조 향해 줄달음"<br>고교 졸업후 부산은행 입사 직장 다니며 학업에도 매진 학사·석사·박사 잇달아 따내<br>미래 5~10년을 내다보며 부지런히 준비한 사람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수 있어



"항상 5~10년 뒤 내 삶을 그려보고 그 모습을 이룰 수 있는 보물지도를 만들어가며 살아왔습니다. 이를 위해 월급의 3분의1은 항상 자기계발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문현(58ㆍ사진)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다른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조금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세의 나이로 경남상고(현 부경고)를 졸업해 부산은행에 들어간 뒤 26년간 줄곧 은행업계에 투신했다는 점이 첫 번째고 고등학교만 졸업한 뒤 만학도의 나이로 일을 병행하며 학사ㆍ석사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게 두 번째다.


은행ㆍ증권ㆍ운용업계를 넘나들며 벌써 40년째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차 대표 성공 스토리의 중심에는 바로 '준비된 삶'이 자리잡고 있었다. 10년 뒤 미래를 위한 현재의 삶을 살아온 차 대표에게 새로운 환경 변화는 항상 기회로 다가왔고 오늘 역시 앞날을 바라보며 부지런한 새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파이낸스타워 9층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사장실 한쪽 벽면에 있는 문이 달린 작은 공간을 소개했다. 바로 차 대표의 책 창고다. 시중 서점의 한 코너를 옮겨놓은 듯한 그곳에는 경제ㆍ경영ㆍ인문ㆍ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가득 차 있었다. 차 대표는 "지식은 나눌수록 더 좋은 것 같다"며 "책은 주고받는 이 모두 부담 없는 즐거운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책 선물을 즐겨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게 있어 책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멘토였다. 동시에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살아줄 지 알려주는 이정표이기도 했다.

"장남(3남 2녀)으로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터라 나를 이끌어줄 만한 멘토가 없었습니다. 항상 책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삶의 가치관의 상당 부분을 책에서 터득했다. 차 대표는 '반성하는 조직이 성공한다' 같은 처세에 관한 책이나 일본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저서들을 통해 경영의 영감을 얻고 있다.

차 대표는 책을 통해 얻은 교훈들을 우리자산운용 경영철학에 그대로 녹여냈다. 바로 '하모니(H.A.R.M.O.N.Y)'다. 여기에는 정직하게(Honest) 고객의 이익을 추구하고 항상 반성하는 자세로(Apology)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 정도경영(Rule)과 윤리경영(Morality)으로 업계 최고 운영성과(Object)에 도전하고 사회공헌(Noblesse Oblige)은 물론 상대방을 배려하는 조직문화(You & I)를 구축해 글로벌 '최고' 자산운용사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가 미래의 10년을 위해 적극적인 준비에 나선 건 20대 중반 부산은행 행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 대표가 "그때 급여의 3분의1은 자기계발에 써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은행으로 가기 전 항상 미군 부대에 들러 영어회화를 했다.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은행 업무 중에서도 외환 업무를 하고 싶었습니다. 김해공항 지점에 간 것도 어학공부를 하기 위해서였죠."

영어공부를 통해 그는 드디어 외환 업무를 할 수 있었고 일본어까지 공부한 그는 일본 야마구치은행 3개월 연수라는 당시로서는 드문 해외연수 기회를 잡아냈다.

해외연수에서 그는 자신의 당시 학력(고졸)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 이는 스물 아홉 되던 해 서울 지점으로 자리를 옮기는 계기가 됐다. 그는 서울로 올라가자마자 바로 야간대학에 입학한다. 새로운 10년을 위한 준비의 시작이었다. 세종대 경영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연달아 학위를 땄다. 그는 "은행일이 오후10시쯤 끝나고 나면 새벽 2~3시까지 공부를 한 뒤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며 "밤 늦게 은행에 불이 켜 있으니 파출소에서 종종 출동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그때를 추억했다.

지역은행보다는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었던 그는 당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과 유력 은행원, 한국은행 출신들과 나란히 동화은행에 들어갔다. 이후 10년간의 본점 생활 동안 고객부와 신상품개발팀, 인사부서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학원 시절 공부한 마케팅은 업무에 효자 노릇을 했다.

차 대표가 43세가 되던 해 신규 점포인 서울 강남 도산로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은행원으로 진정한 영업력과 리더십을 시험 받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그는 "본사에서 10년간 지점장 생활을 준비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점에서 공무원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지점장에 나가자마자 예금고와 수익ㆍ카드ㆍ외환 등 모든 부문에서 최고 성과를 달성하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잘나가던 지점장 시절 갑작스레 찾아온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동화은행이 문을 닫게 되면서 그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영업 수완이 이미 널리 알려진 덕택에 당시 제일투자신탁(현 하이투자증권) 법인영업 이사로 영입되며 증권업계에 첫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이후 2005년 유리자산운용에서 첫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10년 5월부로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차며 운용업계의 대표적인 CEO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는 우리자산운용에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 비전을 '빅뱅 2020'으로 삼고 2020년 수탁액 200조원과 업계 1위를 목표로 달려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상장지수펀드(ETF)와 퇴직연금, 헤지펀드 등 미래 신성장 부문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우리금융지주 네트워크와 해외 운용사와의 제휴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그는 개인적으로 또 다른 10년을 내다보고 있다. 현재 대학생과 직장인 대상 교육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실천하고 있는 그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재테크교육이나 인성교육ㆍ목표관리 등 내가 잘 아는 부분의 지식 나눔 봉사를 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 차문현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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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경남 합천 ▦1972년 경남상고(현 부경고) 졸업 ▦1988년 세종대 경영학(학사) ▦1990년 고대 경영대학원(석사) ▦2008년 한성대 경영대학원(박사) ▦1972년 부산은행 ▦1995년 동화은행지점장 ▦1998년 제일투자신탁 법인영업 이사 ▦2001년 우리증권상무 ▦2005년 유리자산운용 대표 ▦2010년 5월~ 우리자산운용 대표





"미래를 투자"… 13조 규모 수탁액 운용


■ 우리자산운용은

계량적 기법 포트폴리오 도입… 대표펀드 年수익률 15% 성과

우리자산운용은 단기간의 운용수익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행복한 투자를 위한 '고객의 평생 자산관리 파트너'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자산운용 부문 자회사로 현재 업계 8위인 13조원 규모의 수탁액(2012년 1월10일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빅뱅(Big Bang)2020'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장기적 성장이 기대되는 자산운용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도약할 것을 다짐했다. 미래 비전 '빅뱅2020'은 우리자산운용이 자산운용산업에서 상품ㆍ마케팅ㆍ운용 부문 등 전사적인 혁신과 변화를 통해 우주 대폭발과 같은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자산운용은 비전과 함께 ▦정통 주식형 펀드의 두드러진 운용성과 개선 ▦꾸준히 우수한 운용성과를 기록하는 인덱스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PEF) 시장 선점 ▦우리금융그룹 판매망 등을 바탕으로 오는 2020년 수탁액 200조원을 달성해 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차문현 대표는 지난 2010년 5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운용 조직을 개편하고 프로세스 개선과 시스템화에 주력하고자 알파운용본부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계량적 기법을 활용한 모델포트폴리오를 도입한 후 최근 주식형펀드의 성과가 좋아지는 추세다. 아울러 펀드 비용과 직결되는 매매회전율이 200%대로 감소하는 효과도 보고 있다.

이 결과 우리자산운용의 대표 성장형 펀드인 '우리 코리아 블루오션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 상위 15%에, 대표 어린이 펀드인 '우리 주니어네이버 적립식 펀드'는 상위 12%에 오르는 등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장기 안정적 성과를 추구하는 인덱스 펀드의 성과도 우수하다. 특히 올해 출시 10주년을 맞는 '우리 프런티어 뉴 인덱스 플러스 알파 펀드'는 최근 2년 수익률 상위 1%, 최근 5년 수익률 상위 5%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나만을 위한 시간"


차문현 대표 한강 주변 산책하며 명상… 임직원들과 함께 국토대장정 행군도

차문현 우리자산운용 대표의 수요일 스케줄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항상 비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이날은 바로 차 대표가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날로 정했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운용사 대표로서 자주 업계 사람을 만나야 하고 주말에는 골프 약속이나 지인들과의 만남이 있다 보니 정작 내 시간이 없었다"며 "5년 전부터 매주 수요일을 내 시간으로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차 대표가 매주 수요일마다 자신을 위해 찾아가는 곳은 바로 한강 주변 산책로다. 퇴근길 차 안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차 대표는 서울 잠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한남대교나 이촌동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간다.

"일몰도 예쁘고요, 계절별로 피는 꽃이나 갈대, 강물과 새 등을 바라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많은 생각도 할 수 있는 천금 같은 시간이죠."

그가 이처럼 삶의 습관을 바꾼 이유는 '클리나멘(Clinamen)'이라는 말을 접한 다음부터다. 인공위성이 궤도를 이탈해 우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속도와 시선ㆍ동선 등에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차 대표는 "숨가쁘게 살아왔다면 느리게 뒤도 돌아보며 가지 않은 길을 가봐야 한다는 의미"라며 "삶에 변화를 줌으로써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걸으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직원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 했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진행된 우리자산운용 국토대장정 행군도 여기서 비롯됐다. 차 대표를 포함해 전임직원이 3~4인으로 한 조를 꾸려 각각 25㎞씩 총 700㎞를 걸었다. 임직원들은 행군 중 지역 내 계열사 영업점에 방문해 우리자산운용 대표 펀드에 가입하며 계열사와의 화합도 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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