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 일방적으로 독립국가를 선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팔레스타인 정치조직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10일 현재의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영토로 하는 독립국가를 선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PLO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국제법적 합법성에 기초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영토를 기준으로 민주적인 정부를 선포할 권리가 있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이 많이 사는 동(東)예루살렘을 수도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국제적ㆍ법률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낸 것은 아니지만 PLO가 사실상 자치정부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변화가 주목된다.
이에 앞서 아흐메드 쿠레이 자치정부 총리도 8일 이_팔 정상 회담이 불발되자 “단계적 중동평화안(로드맵)이 전혀 이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독립국가 선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성명에 대해 이스라엘의 잘마 쇼발 총리 안보 보좌관은 “국제법 위반일 뿐 아니라 지난해 5월 마련된 단계적 중동평화안을 묵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독립국가 선포 움직임은 실현 가능한 카드라기보다는 이스라엘측의 양보를 염두에 둔 정치 공세의 성격이 짙다. PLP 집행위원 카이스 아부 라일라는 “성명은 지금 당장 독립국가를 선포ㆍ구성하겠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해 보안 장벽 건설, 팔레스타인 난민촌 침공 등 이스라엘의 전횡을 차단하려는 데 목적이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측으로서는 쿠레이 총리 취임 이후 보안 장벽 건설을 지속하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꺼리는 이스라엘을 압박할 수단이 여의지 않자 예전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봉쇄하는 길이 450㎞짜리 보안 장벽을 쌓는다는 계획 아래 작년 말까지 160㎞를 이미 건설했으며 “장벽 건설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자폭 테러를 막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엔과, 미국 정부를 제외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은 장벽 공사를 하면서 팔레스타인 영토를 잠식하는 것은 물론 철거해야 할 유대인 정착촌마저 장벽 보호막 안에 둠으로써 중동평화안 이행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younglr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