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자리가 인권이다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의견제시나 제도개선이 오히려 그 권익을 더 해칠 가능성이 있다면 이만저만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비정규직 관련법안이 차별해소와 노동인권에 충분하지 않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인권위는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허용 사유제한 규정 및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시, 파견근로자 허용대상 제한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노동계는 환영하고 있지만 정부ㆍ국회ㆍ경영계는 인권위가 느닷없이 나서는 바람에 협상과 법안처리를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월권행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접어두더라도 인권위의 의견이 과연 비정규직 보호에 도움이 되느냐는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차별해소를 강조하는 인권위의 주장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현실적으로 노동시장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지만 인권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고, 각종 사회보험 등 복지후생 면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 인데 이는 낮은 처우의 비정규직 양산의 원인 파악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생긴 것이고 그 바탕에는 정규직에 대한 과다보호가 있다. 기업들이 환경변화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강성노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임금도 높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자면 비정규직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기업만의 힘으로는 어렵고 정규직들의 양보가 선결 과제다.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주려면 막대한 추가부담이 필요한데 그러면 기업의 존립자체가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을 강조하면 기업들의 채용기피가 뻔하고 비정규직들에게는 그나마 있는 일자리마저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일자리 없는 인권보다는 약간의 차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있는 것이 노동자의 인권에 도움이 된다는 현실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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