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신시장 새틀을 짜자] 6. 2004년, 통신업계 사활 가른다

`2004년의 경영성과가 앞으로 수년간 통신시장의 판도를 좌우한다` 통신업체들이 격동의 2004년을 맞아 필승의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업체간 경쟁은 물론 기술과 서비스의 융합화로 다른 업종과도 한판 승부가 벌어질 원년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우선 중장기적으로 통신시장의 명운을 좌우할 휴대인터넷 사업자가 내년 선정된다. 또 유선과 무선시장에서 번호이동성 제도가 단계적으로 확대ㆍ시행되면서 선발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검증 받게 된다. 올해말 상용화에 나서는 3세대(3G) 이동전화 서비스인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의 성공적 정착 여부도 관심사다. 한편 시외 및 국제전화시장은 별정통신업체는 물론 기간통신사업자의 사업참여에다 인터넷전화까지 가세할 전망이어서 치열한 시장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휴대인터넷 사업 어디로=정보통신부는 내년 상반기중 표준을 정하고 이르면 하반기, 늦어도 2005년 상반기 안에 2~3개의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KTㆍ하나로통신ㆍ데이콤 등 유선사업자는 물론 무선 사업자인 SK텔레콤도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선사업자들은 휴대인터넷이 유선망에 기반한 초고속 인터넷사업으로 유선통신업체에 사업권이 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휴대인터넷 서비스가 장차 4세대(4G) 서비스와 연계돼 이동전화 시장을 넘볼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휴대인터넷의 경우 유선보다는 무선사업자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KT, 하나로통신 등은 일찌감치 올 상반기부터 시연서비스를 선보일 정도로 사업권 획득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텔레콤도 17일 분당에서 휴대인터넷 시연회를 개최, 기술력을 적극 알린다는 방침이다. KT와 SK텔레콤은 이미 전담조직을 구성했으며 외자유치작업을 완료한 하나로통신도 신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휴대인터넷사업이 차세대 먹거리를 떠맡게 될 `마지막 신사업`으로 부각될 것이라며 사업자 선정결과 역시 기존 시장판도에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꿔`열풍 몰아치나=유ㆍ무선 통신시장에서 후발사업자의 추격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 보였던 KT와 SK텔레콤이 내년 본격 시행되는 번호이동성 제도를 맞아 한바탕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동전화의 경우 내년 1월 SK텔레콤을 시작으로 7월 KTF, 2005년 1월 LG텔레콤 고객이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바꾸지 않고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정통부는 또 국가자산인 식별번호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내년부터 모든 신규가입자에게 `010` 통합번호를 부여하고 `식별번호=사업자`라는 공식을 깨나갈 방침이다. 유선전화시장에서도 시내전화 시장점유율 4.3%에 불과한 하나로통신이 KT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 18개 지역에서 실시중인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제도가 내년 8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확대된다. 하나로통신은 초고속인터넷과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KT는 고객 편의성과 서비스 수준을 높여 도전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WCDMA 안착하나=꿈의 이동통신으로 불려온 동기식 IMT-2000 서비스인 WCDMA가 올 연말 개시돼 내년부터 본격 상용화된다. 업계에서는 WCDMA의 조기 정착에 대해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단말기 보조금 지급, 경쟁력 있는 요금제 등이 도입될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정통부와 장비 및 단말기업체들이 서비스 안정화와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WCDMA 단말기 보조금이 지급되고 일부 주장처럼 미납 출연금 일부가 투자비로 전환되고 경쟁력 있는 요금제가 마련될 경우 가입자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외ㆍ국제전화 무한경쟁 돌입=유선전화사업자를 구분해온 역무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면서 장거리 전화시장에 일대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내년 중에 착신이 가능한 인터넷전화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업체간 경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이 이미 내년 시외ㆍ국제전화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SK텔링크도 최근 별정통신사업자에서 기간통신사업자로 변신, 국제전화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착신번호를 갖춘 인터넷전화가 내년 안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싸구려 전화`로 치부돼온 인터넷전화가 기존 전화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루넷ㆍ온세통신 향배따라 통신시장 2강-3강 구도로 ■ 업계 구조조정 마무리 될듯 내년 통신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업체간 합종연횡도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올 한해동안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하나로통신에 이어 초고속인터넷 업체인 두루넷 등 후발사업자가 내년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 통신판의 구조조정도 일단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KT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지배력이 여전한 가운데 3, 4위 업체인 두루넷과 온세통신의 향배에 따라 시장 판도는 2강구도 내지 3강구도로 지각변동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데이콤을 앞세운 LG그룹과 하나로통신은 저마다 사활을 걸고 후발사업자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올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 두루넷은 지난 3월 법정관리가 개시된 이후에도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 11월말 현재 13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KT, 하나로통신에 이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 3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만약 하나로통신이 두루넷 인수에 성공할 경우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400만명까지 단숨에 끌어올려 시장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두루넷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욕적으로 고객확보에 나서고 있는 데이콤 역시 두루넷을 손 안에 넣을 경우 150만 가입자를 확보하게 돼 확실한 3강구도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이 회사는 기업고객 시장에 집중해온 데이콤과 소비자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두루넷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에 실패한 LG그룹은 절치부심의 기회를 노리며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두루넷 채권단은 지난달 28일 제3차 관계인집회를 열어 두루넷에 대한 정리계획안을 내년 1월9일 의결하기로 했다. 두루넷측이 채권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정 정리계획안을 내놓고 이를 채권단이 수용하게 되면 내년 3월경 공개 매각 입찰절차를 밟게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LG그룹이 LG카드 사태로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통신시장 재편 과정에서 어떤 전략 변화를 보일지 관심거리다. 두루넷과 마찬가지로 법정관리중인 온세통신은 이달초 채권단회의를 통해 일부 채무를 출자전환, 독자생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정리안에 따라 LG그룹은 채권단 출자전환을 통해 13.8%의 지분을 확보, 신용보증기금에 이어 2대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졸업할 때까지 LG그룹이 온세통신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LG그룹은 두루넷 인수에 성공할 경우 데이콤, 파워콤, LG텔레콤 등 그룹내 통신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온세통신과의 관계를 정립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16만여명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드림라인은 지난달 새 주인을 맞았다. 중견철강업체인 세아그룹의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는 드림라인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에 총 300억원을 투자, 내년 1월까지 드림라인 지분을 60.4%까지 끌어올릴 게획이다. 세아그룹은 드림라인과 자사가 3대 주주로 있는 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옜 G&G네트우거스)의 협력을 통해 전용회선 시장 공략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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