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교역조건 악화 수출 갈수록 불안

경기침체에 주력상품 단가하락·원자재값 올라수출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반적인 세계경기 침체 와중에서 반도체ㆍLCD 등 우리나라 주력상품의 수출단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반면 원자재가격은 오르고 있다. 더욱이 향후 수출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수출용 원자재 수입도 주춤거리며 향후 수출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반짝했던 수출증가세도 미국 서부항만 폐쇄를 의식한 미국 수입업자들의 수입물량 선확보 때문이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어 연말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수출호가 연쇄적인 파고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12위를 달리던 수출순위도 한 계단 떨어졌다. ▶ 멕시코에 28년 만에 역전당해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2001년 세계무역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상품의 수출 순위는 13위. 전년의 12위에서 한 계단 밀려났다. 우리를 추월한 나라는 멕시코. 73년 이후 멕시코에 줄곧 우세를 보이던 한국은 지난해 28년 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수출한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고 있는 셈이다. ▶ 원자재는 오르고 수출가격은 하락 올들어 수출물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반도체ㆍLCDㆍ선박 등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도체는 주력품목인 256메가D램 기준으로 3월 개당 10.09달러에서 5월 7.57달러, 7월 4.80달러, 9월 2.9달러로 가파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년 만에 3분의1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선박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 4ㆍ4분기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원유가격은 오만산 기준으로 4월 배럴당 24.63달러에서 7월 24.75달러, 9월 26.85달러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도 1월 톤당 180달러에서 3월 234달러, 5월 237.68달러, 8월 243.92달러, 9월 262.45달러로 상승했다. 대두(톤 기준)와 금가격(그램 기준)도 1월 각각 195달러, 9.14달러에서 9월 254.75달러, 10.36달러로 상승하며 국내 소비재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더욱 나빠진다는 점.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단가가 3ㆍ4분기에도 하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교역조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 수출물량 감소 예고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용 원자재 수입규모는 30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감소했다. 7, 8월 연속 전년동기보다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국제 원유가격 상승 영향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 수출용 원자재 수입은 향후 2~4개월간 수출물량을 파악할 수 있는 보조지표로 활용되는 지표다. 4월 이후 수출호조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서부항구 폐쇄의 후유증과 경제적 파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 2ㆍ4분기 이후 나타난 수출호조는 미국 서부항만 폐쇄에 대비해 미국업체들이 수입을 앞당긴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4ㆍ4분기에는 수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뜩이나 수출가격이 떨어지는 마당에 수출물량까지 감소할 경우 수출은 총체적 난국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병관기자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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