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미국의 시대는 갔다"… 中·印 새 리더로 부상

美, 무리한 전쟁·금융위기 겪으며 '지적 헤게모니' 상실<br>中, 10년새 GDP 4배·공격적 해외투자… 美 바짝 추격<br>印, IT 아웃소싱 기지로 급성장… 다극화체제 한 극으로

지난 10년간 미국이 세계 최대 부국(富國)이라는 미국민들의 자긍심은 적잖이 무너졌다.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콘트라 코스타의 공공센터에서 실직한 미국인들이 식량 쿠폰(food stamp)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콘트라코스타 =블룸버그통신


SetSectionName(); [글로벌 포커스] "미국의 시대는 갔다"… 中·印 새 리더로 부상 美, 무리한 전쟁·금융위기 겪으며 '지적 헤게모니' 상실中, 10년새 GDP 4배·공격적 해외투자… 美 바짝 추격印, IT 아웃소싱 기지로 급성장… 다극화체제 한 극으로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지난 10년간 미국이 세계 최대 부국(富國)이라는 미국민들의 자긍심은 적잖이 무너졌다. 지난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콘트라 코스타의 공공센터에서 실직한 미국인들이 식량 쿠폰(food stamp)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콘트라코스타 =블룸버그통신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인류 역사상 미국만큼 강한 나라는 없었다.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후 유럽까지 쥐고 흔들 만큼 유일무이한 초강국으로 거듭났다. 현재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이나 되며, 국방비 지출 규모 역시 세계 1위다. 미 국방부의 한 해 예산은 2~8위 국가의 연간 국방비 합계보다도 많다. 덕분에 지난 수십년 간 미국인들의 자긍심은 하늘을 찌르다시피 했다. 미 클린턴ㆍ부시 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반(反)테러 자문위원이었던 리처드 클라크는 "미국은 언제 어디로든 자국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라고 과시했고, 미국민들은 해외 각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서슴없이 불평을 토해냈다. 세계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찬양하기에 바빴다. 일본계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역사의 종언'을 통해 설파했듯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식 자본주의는 궁극의 사회 체제인 것처럼 보였다. ◇역사의 종말인가, 미국의 종말인가= 하지만 21세기의 초입부인 지난 10년간 미국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달라졌다. 지난달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년간 미국이 '지적 헤게모니(Intel1ectual Hegemonyㆍ지식을 기반으로 한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잃어버리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IT버블 붕괴와 9ㆍ11 테러, 무리한 전쟁과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뚝 떨어진 탓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했다. 10년 동안 미국의 고용창출과 성장률은 각각 1940년대와 1930년대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미국 가계의 순부(純富)도 인플레를 감안할 때 195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덕분에 이제 후쿠야마 교수는 책을 고쳐 써야 할 판이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치어리더'로 불렸던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조차 지난 4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워싱턴 컨센서스(용어설명 참조)는 끝났다"며 등을 돌렸다.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했던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이 베이징(北京)대학 강연에서 "달러화 자산은 안전하다"고 했다가 학생들의 비웃음만 산 일도 미국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드러낸다. ◇미국을 바싹 뒤쫓는 중국=그렇다면 세계 최강대국의 빈 자리는 어떤 나라들이 메울 수 있을까. 지난달 미 공공정책연구소인 퓨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44%가 세계 경제의 리더로 중국을 꼽았다. 미국이 리더라고 답한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중국은 경제 규모로 보면 아직 미국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는 경이롭다. 지난 1999년 1조830억 달러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년 새 4조7,580억 달러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1인당 GDP도 861달러에서 3,566달러로 훌쩍 뛰었다. 2008년에는 베이징에서 하계올림픽을 개최했고,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 됐다. 중국이 보유한 8,000억 달러(전체 발행량의 13%)의 미 국채를 조금만 팔아도 국제 금융시장이 격하게 출렁이게 된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호주와 아프리카의 자원개발권 입찰에는 여지없이 중국의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참가한다. 중국과 아랍권ㆍ아프리카 국가들의 연간 무역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자본은 아프리카에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주고 있으며, 현지에 파견된 중국인 근로자 수만 7만5,000명이다. 어떤 서구 자본도 아프리카에 이만큼 깊숙이 파고든 적은 없었다. 중국식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꽃인 금융마저 포섭할 태세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로펌 중 하나인 영국의 에버셰즈 조사에 따르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향후 10년 내 런던이 중국 상하이(上海)에 금융허브의 자리를 내줄 것으로 예상했다. 2000년부터 2009년 새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3% 하락한 반면, 중국 상하이 지수는 133%나 상승했다. 1980, 1990년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던 중국의 인재들은 모국의 위상이 높아지자 최근엔 미국에서 대학만 마치고 중국에서 창업하는 추세다. 중국의 검색포털인 바이두(百度) 창업자 로빈 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 다극화체제의 한 극으로=한편 인도도 중국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빠르게 다극화 체제의 한 극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는 전세계 정보기술(IT) 분야의 명실상부한 아웃소싱 기지로서 최근 3년간 평균 GDP 성장률이 9%에 이를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998년 인도가 IT 아웃소싱으로 거둔 수익은 4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 600억 달러 규모까지 불어났다. 이 같은 수치는 5년 내로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도가 IT 아웃소싱으로 얻은 최대 성과는 미래의 '브레인'들이다. 인도 IT 아웃소싱의 메카인 카르나타카 주 뱅갈로르는 이미 미국이나 다름 없다. 인포시스와 위프로 등 세계적인 IT 업체들이 들어선 고층빌딩이 빽빽이 세워져 있으며,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이 지역 대학교에는 영어 구사 능력과 기술을 모두 갖춘 인재들이 자라나고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란 미국 정치경제학자인 존 윌리엄슨이 1989년 제시한 개도국 대상의 경제개혁처방에서 유래됐다. 그는 시장경제에 기초를 둔 재정·세제개혁·공기업 민영화^외국인 투자규제 완화등10가지 기본적인 경제정책을 내놨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이후 1990년대 초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미국 경제학계 등의 논의를 거쳐 전세계 경제의 지향점으로 떠받들어졌다. 하지만 사회주의적 성향이 강한 남미 등의 지도자·경제학자 뿐만 아니라 노벨경제학 수상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투자가 조지 소로스 등의 비판을 받았다. 모든 시스템에 단일화된 경제정책을 이식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반대되는 개념인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에 대한 지지가 확산됐다. 중국식 자본주의 등 각 경제체제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는 경제발전 전략이 옳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세계는 지금… 글로벌 포커스]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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