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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학력이 전부인 판사 송우석(송강호)은 법복을 벗고 부산에서 변호사로 개업한다. ‘속물 세법 변호사’를 자처하며 부동산 등기와 세금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날리고 큰돈을 만진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어느 날 단골 국밥집 주인 순애(김영애)가 찾아와 ‘빨갱이’ 누명을 쓰고 시국 사건 피의자로 수감된 아들 진우(임시완)의 변호를 부탁한다. 혹독한 고문으로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음은 물론 이성까지 잃어 횡설수설하는 진우를 보고 송우석은 분개한다. 속물 세법 변호사였던 그가 세상의 진실과 마주해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 ‘변호인’ (18일 개봉) 얘기다. 이 영화는 1981년 부림(釜林)사건 변호를 맡았던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했다. 부림 사건은 학생·교사·회사원 등 22명이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사건으로, 통치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한 5공화국의 대표적 용공조작 사건으로 꼽힌다.
이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뤘다는 것 자체만으로 개봉 전부터 시끌시끌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매겨지는 네티즌 평점은 영화가 채 개봉되기도 전에 정치 성향에 따라 10점 만점 혹은 최하점인 1점 등 극과 극을 오가며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정치적 인물을 근간으로 했기에 어느 누군가에게는 껄끄럽기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괜스레 정이 가며 지지를 보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굳이 정치적으로 읽지 않아도 영화 자체가 지닌 힘과 재미를 충분히 갖췄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별칭에 걸맞게 송강호의 연기는 스크린을 꽉 채운다. 극 중반 3분 남짓 이어지는 롱테이크(한 장면을 길게 늘여 찍는 것) 법정 신(scene)은 압권이다. 절제와 흥분을 오가며 뱉어내는 그의 연기는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한 인물에 대한 단순한 칭송과 일대기를 그리기보다 시대에 대한 자각이 없던 속물 변호사가 변호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되는 성장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역시 곱씹을 만하다. 송강호는 지난달 29일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 각 조항, 그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했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극 중 송우석이 법정에서 읊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이다. 영화는 불현듯 잊고 지내기 쉬운 이 시대 ‘상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이 영화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양우석 감독은 “산업화와 민주화가 동시에 일어났던 밀도 높은 시대인 1980년대에 상식을 지키려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절망과 나약함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가 그때를 치열하게 산 분들의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