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지배구조 변화 안알리면… 은행, 대기업 여신 축소

금감원 5월까지 규정 개정

앞으로 대기업이 지배구조 변화를 주채권은행에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은행이 빌려준 돈을 줄인다. 대주주가 지분을 사고파는 의도와 목적을 파악해 은행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기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9일"주채권은행이 신용공여(信用供與ㆍ자금을 빌려줌)한 기업의 지배구조나 경영상황을 모니터링(파악)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해 기업과 금융권의 리스크(위험)를 관리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은행업무 가이드라인 추진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연합회에 가입한 은행이 협약을 맺어 주채권은행으로서 신용공여한 기업의 지분 변동정보를 공유하게끔 할 방침이다. 또한 기업이 계열 부실화를 감추기 위해 지분 변동을 주채권은행에 알리지 않을 경우 은행이 여신을 줄이는 압박수단도 동원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올 5월까지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이 은행의 여신 축소 압박에도 내부정보를 감출 가능성이 있고 은행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그 밖에 주채무 계열(대기업집단) 선정기준을 강화한다.


주채무 계열 지정은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을 주채권은행을 통해 관리하는 제도다. 주채무 계열로 지정되면 주채권은행이 재무구조평가를 통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다. 이 경우 계열사 간 지급보증을 통한 신규 여신이 불가능하고 기존에 있던 채무를 회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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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채무 계열 선정은 한 기업이 전년에 금융기관에 빌린 돈이 전전년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 전체의 0.1%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이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0.075~0.05%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 시장성 차입금이라고 불리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주채무 계열 지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성 차입금은 건전성을 중시하는 은행의 신용공여와 동떨어진 개념이기는 하지만 신용공여와 시장성 차입금을 함께 갖고 있는 기업이 부도가 나면 은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웅진사태' 당시 기업이 회사채를 조달해 은행 차입금을 갚은 뒤 주채무 계열 선정에서 제외되자 주채무 계열 선정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다만 우량기업이 미래경영을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까지 위축될 수 있어 제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시장성 차입금의 50%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3년 주채무 계열은 30개 대기업집단이 선정됐다.

이 중 현대자동차ㆍ삼성ㆍSKㆍLGㆍ현대중공업이 상위 5위이며 주채무 계열 신용공여액의 43%를 차지했다. 이들 대기업집단은 해외 진출 증가에 따라 계열사가 전년보다 48개 늘어난 1,390개를 기록했다.

6위 이하를 보면 신세계는 센트럴시티를 인수하기 위해 1조원 이상을 차입하며 주채무 계열 순위가 28위에서 22위로 올랐다. 반면 STX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일부 은행이 여신을 줄이면서 전체 신용공여가 줄어 11위에서 14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회생절차를 개시한 웅진과 하이마트를 매각해 신용공여가 줄어든 유진은 지난해와 달리 주채무 계열에서 제외됐다. 차입금을 상환한 한국타이어와 하이트진로도 신용공여가 줄어들어 주채무 계열에서 빠졌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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