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먹구구식 국책사업

대형 국책사업에 이처럼 증액이 거의 매년 발생하는 것은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 때문이다. 정치논리로 강행된 선심성 사업일수록 사업비 증액이 높은 것이 이에 대한 반증(反證)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부고속전철 사업이다. 단군이래 최대 국책 사업으로 꼽히는 이 사업은 사전 준비없이 정치논리로만 추진되다 결국 국가재원만 축내는 공룡사업으로 낙인 찍혔다. 세차례에 걸쳐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비가 당초의 5조8,000억원에서 18조4,000억원으로 3배나 늘어 났으니 얼마나 낭비인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2기 지하철 역시 계획도 확정되기전 설계에 착수하는 등 졸속 추진으로 설계변경만도 무려 103회나 이루어졌다.사업을 따내기 위해 예산을 적게 올리고 보자는 식의 관행도 사업비가 폭증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일단 시작만 하면 완공 때까지 예산을 추가로 얻어 낼 수 있다는 정부부처와 공기업 내부의 도덕적 해이 현상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설계변경이 잦아 질 수 밖에 없고 증액된 사업비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증액이 되지 않으면 부실공사가 되게 마련이다. 한 예산당국자의 지적은 곱씹어 새겨 들을만한 내용이다. 『맨 처음 사업을 추진할 때 10원이던 사업비는 기본설계에 들어가면 20원으로 오르고 실시설계에서는 40원으로 뛴다. 공사에 들어가면 50~60원으로 껑충 뛰어 당초 예산의 5~6배가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형 국책사업의 총사업비가 마구잡이식으로 증액돼서는 곤란하다.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사에 들어가기전 예비 타당성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까지 타당성 조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 수준에 맞는 조사가 행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착공한 후에는 불가피한 경우외에는 설계변경이 인정돼서는 안된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아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은 공사업체와 발주기관사이에 「검은 거래」의 한 요인이 돼 왔다. 이제는 주먹구구식이나 정치논리에 의한 사업추진은 사라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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