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문제의 수, 흑17

제2보(13~18)



박영훈의 스타일은 이세돌과 대조적이다. 그는 바둑을 땅따먹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싸움보다는 차곡차곡 집을 짓는 축조형의 바둑을 선호한다. 본질적으로 이창호와 같으며 이런 부류의 특징인 계산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도 이창호와 비슷하다. 신산이라고 불리는 이창호보다도 더 계산에 밝다는 평을 자주 들으며 이런 이유로 뉴신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계산과 함께 평형감각이 발군이다. 그는 압도적으로 이기려 하지 않는다. 흑으로 둘 때는 딱 덤만큼만 남기며 백으로 둘 때는 딱 덤만큼만 모자라게 둔다. 그 덤에서 한두 집을 더 당겨서 승리하는 것이다. 백14에 5분을 숙고하는 이세돌. 검토실의 양재호9단은 참고도1의 백1이 유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면 백9까지를 예상할 수 있는데 좌상귀 방면의 백진이 그럴듯하다는 것이 양재호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이 실전보의 백14로 전개했다. 흑17이 문제의 한 수였다. 사이버오로의 해설을 맡고 있던 목진석은 이 수를 보고 말했다. "어정쩡한 수 같습니다. 적극적으로 두려는 실정은 이해가 되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어요." 나중에 이 말을 전해들은 박영훈은 말했다. "그렇긴 해요. 하지만 마땅한 수가 보이지 않았어요." 양재호9단도 흑17에 불찬성이었다. 그는 애초에 흑15를 서두르지 말고 참고도2의 흑1에 가만히 벌려놓고 백2면 흑3으로 쳐들어가는 것이 고수의 감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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