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것은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내거는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데 들어갈 재정부담이다. 조세부담률을 현수준(20%)으로 유지한다면 2050년 국가부채 비율이 102.6%(새누리당)~114.8%(민주통합당)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파탄으로 휘청대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4개국의 현재 평균치 120%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복지제도는 속성상 일단 도입되면 좀처럼 축소하거나 중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암울한 미래상이 어른거리는 것이다. 반값등록금과 무상보육ㆍ양육, 사병월급 2배 인상 같은 공약들이 대표적인 지출수요다.
현재의 재정구조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ㆍ고령화 속도를 감당하기에 벅차다는 경고등이 켜진 지 이미 오래 전이다. 2060년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10명이 노인 8명과 어린이 2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1대1 부양시대'에 접어들어 복지지출은 더욱 급증한다. 지금의 복지제도를 확대하지 않고 저출산ㆍ고령화 비용만 감안하더라도 2050년 국가부채 비율이 128%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국민이 세금을 더 낸다면 재정파탄의 재앙만큼은 피할 수 있다. 조세연구원은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현행 '저부담-저복지' 시스템에서 '중부담-고복지'로의 이행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복지확대의 속도를 어느 정도 높여야 할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조차 합의를 못 본 상태다. 세금부담을 늘리는 문제는 더더욱 민감하다.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마저 여야 모두 긁어 부스럼이라며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표를 얻기 위해 무턱대고 복지확대에 매달리는 게 정치판의 현실이다.
대선후보들이 달콤한 복지 청사진만 공개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임기 5년 동안 조세부담률을 얼마나 높일지, 또 재정수지는 흑자를 맞출지를 망라한 장기 재정운영계획을 국민 앞에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