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전통을 자랑하는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의 올해 우승 트로피는 이경훈(24·CJ오쇼핑)에게 돌아갔다. 최상호·최경주·양용은 등 남자골프계 거물들을 배출한 한국오픈이 차세대 스타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이경훈은 13일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파71·7,225야드)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58회 한국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시즌을 마치고 돌아온 김민휘(23)를 4타 차로 따돌리는 압승이었다. 2011년 KPGA 투어 데뷔 후 4년 만의 국내 무대 첫 승을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거머쥔 것이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은 2013년 GS칼텍스 매경 오픈에서 거둔 공동 4위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이경훈은 쫓기는 입장의 긴장감 속에서도 이날 출전 선수 중 최소타이자 자신의 이번 대회 최소타인 5언더파 66타를 치는 뚝심을 과시했다. 2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5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핀 1.5m에 붙여 이글을 잡아냈고 7~9번홀 세 홀 연속 버디로 2위와의 격차를 4타로 벌렸다.
17번홀(파4)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아웃오브바운즈(OB) 지역으로 날아가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공이 갤러리에 맞고 러프로 들어와 파를 지키는 행운도 따랐다. 이글 1개, 버디 5개에 보기는 2개.
국내 무대는 첫승이지만 이경훈은 앞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일본 투어 진출 첫해인 2012년 7월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 세가새미컵에서 정상을 경험했다. 2011년 일본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수석으로 합격해 올해까지 일본을 주 무대로 한일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책과 음악을 좋아하고 조용한 성격인 이경훈은 장타자도 아니어서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한국체대 1학년이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턱걸이로 발탁돼 단체전 금메달에 힘을 보탰지만 당시 주인공은 개인·단체전 2관왕 김민휘였다. 이경훈은 그러나 한국오픈에서 김민휘를 제치고 국내 대회 최고인 상금 3억원을 거머쥐면서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리게 됐다.
일본 투어 후지산케이 클래식에서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에게 1타 뒤져 준우승한 아쉬움도 한 주 만에 씻었다. 이경훈은 단숨에 KPGA 투어 상금랭킹 1위(3억1,000만원)로 뛰어올라 상금왕 타이틀도 바라보게 됐다. 경기 후 이경훈은 "국내 대회 우승을 간절히 원했기에 어젯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털어놓으며 "오늘 우승이 내 골프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7위로 출발한 김민휘 역시 5타를 줄이며 분전했지만 이경훈이 15번홀(파4)에서 10m 거리의 버디 퍼트에 성공하는 바람에 추격 의지가 꺾였다.
중국 투어에서 뛰는 왕정훈(20)이 6언더파로 이동민(30·바이네르)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송영한은 4타를 잃어 2언더파 공동 10위(허인회)로 밀려났고 일본 투어 상금 선두 김경태는 1언더파 공동 14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