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지휘자와 대통령

지휘자는 다양한 악기의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도록 리드하는 사람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 정명훈, 금난새씨가 자유롭게 지휘하는 표정이나 손놀림을 보면 참 재미있다. 특히 카라얀이 베토벤 교향곡 전원과 운명을 연주할 때 눈을 지긋이 감고 지휘하는 포즈가 인상적이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은 연주가 끝난 뒤 세 번의 커튼콜을 받는데 그 중 한번은 지휘대가 아닌 곳에서 단원들과 나란히 서서 인사할 때 겸손함이 느껴진다. 지휘자는 유연한 몸짓으로 관객을 음악에 빠지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그러나 저명한 지휘자는 관객이 자신에게 홀리도록 오버하지 않고 연주하는 곡의 흐름에 관객이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스포츠 감독과 드라마 연출자, 군부대 사단장은 ‘지휘봉’ 하나 들고 구성원들과 더불어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아마 가장 힘든 ‘지휘자’는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국민을 상대로 국가를 경영하는 대통령이 아닐까. 세계는 미국의 정치력 약화로 중동불안이 지속되는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증시가 요동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런 여건 아래 3주일이 지나면 이명박(MB)정부가 등장한다. MB는 대통령 당선 후 첫 기자회견을 통해 “매우 겸손한 자세로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뜻에 따라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고 사회화합과 국민통합을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지난 1월16일 조계사 신년 하례법회에서 “매우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길 것이다. 그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하심하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로인 MB가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국민을 섬기겠다는 다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불교계 신년 모임에서 하심(下心 )을 강조했다. 하심은 자기를 낮춘다는 뜻이다. 섬김과 하심을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평신도와 집사ㆍ장로가 목사님을 섬기기는 쉬워도 목사님이 평신도를 섬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당선인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공언했다. 우선 자신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와 경제성장에 힘쓰고 있는 기업인부터 섬겨야 한다. 공무원을 개혁 대상으로만 보지말고 국정운영의 공동 파트너로 생각할 때 국민을 섬기는 일이 조금씩 가능할 것이다. MB는 경제살리기와 국민화합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다. 앞으로 MB에 대한 평가는 적재적소 인사와 합리적인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그는 각종 모임에서 경제살리기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화합에 대한 구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민화합은 각종 정책과 인사로 보여줘야 한다. 조만간 발표할 장관 인사가 관건이다. 이제 MB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유능한 MB 대선팀 인사의 요직 발탁이 불가피하겠지만 지나친 논공행상은 자제해야 한다. 국가이익을 위해 실용정부를 표방한 MB라면 반대편에 섰던 인재도 과감히 기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공화당 출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정적 에드원 스탠턴을 국방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좋은 모델이다. 스탠턴은 변호사 시절부터 링컨에 대해 ‘고릴라’라고 하는 등 언어폭력으로 링컨을 무시한 민주당 인사다. 모든 참모들은 스탠턴의 국방장관 임명에 대해 “지난날 스탠턴이 한 행동을 잊으셨습니까. 그는 아직도 당신을 비난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이런 중요한 자리에 앉힐 수 있습니까”라며 반대했다. 링컨은 이에 대해 “나를 수백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으로 국방부 장관을 할 충분한 자질이 있습니다. 그는 지금 난국(남북전쟁)을 극복할 수 있는 소신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이 난국을 해결해줄 수 있다면 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고 답변했다. 결국 스탠턴은 링컨과 함께 당시 미국 난국을 극복하는 등 많은 일을 해냈다. 이 당선인이 전국민을 포용하는 마음으로 멋진 조각을 단행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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