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부담을 떨쳐버리고

제1보(1~16)


한국 기사와 둔 첫 공식대국에서 쾌승을, 그것도 거물인 서봉수에게 이긴 창하오는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중국선수단의 주장이자 자기의 스승인 녜웨이핑에게도 면목이 섰다. 스승은 중국을 떠나기 직전 창하오에게 물었다. “이길 자신이 있느냐?” 그때 창하오는 결연히 대답했다. “질 바에는 한국에 가지 않겠습니다.” 스승은 창하오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그 정도의 각오면 됐다. 최소한 두 판 가운데 한 판은 꼭 이겨야 한다.” 입으로는 큰소리를 쳤지만 내심 무척 부담스러웠는데 1차전에서 잉창치배 보유자 서봉수의 대마를 잡고 이겼으니 온갖 부담이 사라졌다. 추첨을 새로 하니 임선근8단과의 대국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창호나 유창혁과 한판 겨루고 싶었는데 무명에 가까운 사람과 두게 되었다. 새삼 자신감이 솟았다. 상대인 임선근은 1차전에서 차오다이완(曺大元)에게 흑으로 9집반을 패한 바 있다. 깨끗하게 2연승을 거두어 스승의 칭찬을 받아야지. 18세의 창하오는 이렇게 다짐을 했던 것인데 결과는 너무도 참담한 것이 되고 만다. 백16으로 붙이면서 창하오는 생각했다. “최근에 이창호가 이 수를 많이 두던데 어디 한번 실험을 해봐야지.” 지난 밤의 작전회의때 단장 왕루난(王汝南)이 해준 말이 기억났다. “임선근은 36세. 펀치력이 좋다. 한달 전에 명인전의 도전자가 되어 이창호와 5번기를 두었고 3대0으로 패했다. 작년도 전적은 43승26패. 금년에는 13승12패. 술을 좋아한다는 정보가 있다. 이창호와 둔 세 판은 모두가 완패였다. 계산력이 다소 약한 것 같다.” 요컨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는 얘기였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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