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서울 시내면세점에 재도전한다. '복병'인 두산까지 가세하면서 롯데와 SK의 무난한 수성으로 예상됐던 2차 면세대전의 판이 커졌다. 시장점유율 절반을 넘는 롯데는 독점 논란과 반롯데 정서가 아킬레스건이고 SK의 워커힐은 관광객 집객 효과가 떨어진다는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번 승부의 열쇠라는 지적이다.
관세청은 오는 11~12월 특허 기간이 끝나는 서울 3곳과 부산 1곳 면세점에 대해 25일까지 신규 신청을 받는다. △워커힐 서울 면세점(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 △롯데면세점 서울 월드타워점 △신세계 부산 면세점 등이다.
시내면세점을 뺏고자 하는 '도전자' 신세계와 두산은 '강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세계는 남대문, 두산은 동대문을 중심으로 각각 풍부한 유통 경험을 앞세우지만 강북 지역에 시내면세점이 몰려 있는 점은 걸림돌이다.
강북에는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 소공동 본점, SK네트웍스 워커힐점을 비롯해 연말 오픈 예정인 용산점(HDC신라)과 인사동점(하나투어), 기존 면세점인 호텔신라·동화 등이 집중돼 있다.
신세계그룹의 심장 격인 백화점 본점을 부지로 내세울 만큼 시내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건 신세계 측은 "명동은 해외 관광객의 80%에 가까운 900만명이 찾는 국내 최대 관광단지로 롯데 소공점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남대문과 명동·남산 등 관광자원과 연계한다면 2개 이상의 면세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김해공항 면세점을 시작으로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면세점 인수, 연말 인천공항 첫 입성 등 차근차근 '면세 벨트'를 완성해온 점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신세계가 수성 입장인 부산에서는 별다른 경쟁자가 없는 상태로 센텀시티 B지구로 자리를 옮겨 국내 최대 규모인 센텀시티백화점과 시너지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신세계가 고심 끝에 서울 시내면세점 1차전에 이어 '재탈락 후폭풍'을 감수하고 배수의 진을 치면서 롯데는 물론 최근 출사표를 던진 두산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두산은 지난 신규 입찰전과는 달리 동대문(두타)에 경쟁자가 없고 연 700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찾아 신규 면세점의 필요성이 높은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두산은 "이번 대기업 사업권을 두고 롯데·SK 모두가 '수성'에 치중하고 있어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시내면세점을 지키려는 롯데면세점의 경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직접 나와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을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지만 여전히 국적 논란에 휩싸여 독점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총매출 3조9,500억원 중 두 곳이 2조4,500억원에 달해 이 중 한 곳이라도 빼앗길 경우 회사는 존폐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롯데 측은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한민국 브랜드로 선정될 만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롯데면세점이 계속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신 회장 또한 국감장에서 "글로벌 면세업계는 현재 대형화 추세인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35년간의 노하우를 쌓아 온 롯데만 한 곳이 없다"며 "롯데면세점이 내년 2위, 몇 년 후에는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두산의 타깃이 된 SK네트웍스는 23년 노하우로 워커힐 면세점 수성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SK네트웍스 측은 "면세점업계의 스페셜리스트로서 기존 워커힐 면세점을 지켜내겠다는 방침"이라며 "신규 추가 진출에 대해서도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 리뉴얼 작업을 끝내고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다 카지노 운영 경험으로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올해 7월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의 승리로 끝난 1차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과 이랜드는 이번 입찰에 불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