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與野, 당대표-원내대표 투톱체제 ‘묘한 관계’

투톱으로 협조속 주도권 싸고 신경전도… "정국 꼬이는데 한몫"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일 저녁.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김명진 비서실장은 수첩을 들고 전문위원실과 각 의원 방을 돌았다. 그는 "늦게까지 남아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다음에 청와대에 들어갈 사람들을 체크하는 중"이라며 수첩을 펼쳐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8일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당내 의원들의 해외방문을 금지하고 규탄집회와 당 의총 참석을 독려하며 "총선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말해 "군기반장 노릇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는 5월이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는 그가 내년 총선 공천과 12월 대선 이후 청와대 비서진 구축까지 염두에 두는 것은 1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대표의 후임 대표직을 노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역시 5월 임기만료인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차기 당 대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는 친박근혜계의 좌장에서 벗어나 지난해 말 예산안 강행처리와 개헌논의 총대를 메는 등 친이명박계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당내에선 안상수 대표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이지만 4ㆍ27 재보선 패배시 전대 개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원내대표는 예산안 강행처리 때를 제외하고는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환상의 콤비를 보여 역으로 손학규ㆍ안상수 대표와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해왔다. 당원과 대의원들이 뽑은 대표가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를 지휘하지만 넓게 보면 수평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정책위의장과 러닝메이트로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과거 임명직 총무와 달리 정책위원회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민주당은 손 대표가 아직까지 완벽히 당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원외라는 점이, 한나라당은 안 대표가 여러 실언으로 내상이 심했다는 점에서 대표와 원내대표 간 불협화음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두 원내대표는 원내 운영은 물론 여야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무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상호 합의하에 처리하곤 했다. 실례로 두 사람은 지난 6일 오찬회동에서 사전에 대표 및 청와대와 치밀한 협의 없이 14일 2월 임시국회 개회와 이번주 중 영수회담 개최노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영수회담까지 논한 것은 일종의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내 손 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두 달가량 전국을 돌며 풍찬노숙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없이 등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야 최고위원회의와 7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같은 입장을 보였다. 물가와 전월셋값 폭등, 구제역 사태 등 민생현안이 산적한 만큼 국회의장과 김 원내대표의 사과로 2월 국회를 열겠다는 박 원내대표와 입장을 달리 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0ㆍ3 전대에서 손 대표를 암묵적으로 후원했으나 그 이후 때때로 견해차를 보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손 대표의 측근인 차영 대변인이 회의에 배석한 것에 대해 "현역 의원이 아닌 사람은 다 나가달라"고 요구해 서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개헌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논의 불가' 입장이지만 박 원내대표는 "불가능하겠지만 여당이 통일된 안을 가져오면 논의한다. 나는 개헌 찬성론자"라며 견해차를 보였다. 김 원내대표도 지난달 안 대표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사퇴를 주장해 당에서 공감을얻을 때도 지도부에서 나홀로 반기를 든 바 있다. 최근 안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정책위에서 전월세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최근 심재철 정책위의장을 지명한 김 원내대표가 "내가 챙기겠다"고 맞서기도 했다. 개헌논의를 제외하고 두 사람 간 긴장관계가 상당하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표와 원내대표는 투톱으로서 협력하면서도 물밑 주도권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는 묘한 관계"라며 "두 사람의 역할분담이 잘 되면 시너지를 내지만 자칫하하면 분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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