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장 외면한 정책이 부른 와이브로 퇴출

한때 한국 정보기술(IT)의 일대 쾌거로 불렸던 '와이브로(Wibro)'가 11년 만에 퇴출의 길을 걷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동통신사가 요청할 경우 와이브로 주파수를 4세대(4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용도로 전환하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버림받아 회생불능에 빠진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소중한 주파수 자원이 더 이상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예견됐던 비극을 외면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와이브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기에 이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최근의 통신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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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부는 '우리가 만든 기술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이를 외면했다. 오히려 투자확대를 외쳐 통신사들로 하여금 수익성도, 미래도 없는 사업에 매년 수천억원씩 쏟아붓게 했다. 와이브로에 대한 집착이 LTE를 이용하는 아이폰의 수입을 막아 스마트폰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기도 했다. 모두 정책판단의 오류가 빚은 산물이다.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현재 서비스에 가입 중인 103만명에 대한 처리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충분한 이용자 보호대책 마련을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이다. 과거 3세대(3G)로 무게중심을 이동한 통신사들이 이후 2세대(2G) 통신서비스 유지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사업자 마음대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당국의 철저한 감독이 요구된다.

와이브로 퇴출은 시장을 버린 정책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아직도 주위에는 위험한 와이브로들이 널려 있다. 증세 없는 무상복지가, 기업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그것이다. 경제 살리기에도 벅찬데 소통을 외면한 일방통행이 또 나와서는 안 된다. 정책오류는 한번만으로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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