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월 21일] 벤처캐피털 지속발전을 위해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와 벤처 붐의 주역이 됐던 벤처캐피털도 이제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생소한 투자환경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털은 규모가 커지고 종류도 여러 가지로 세분화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벤처캐피털이 기술혁신과 새로운 수요창출을 뒷받침하려면 직면한 성장통을 잘 견뎌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심각한 문제는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펀드들이 비슷한 시점에 탄생해 이제 곧 한꺼번에 만기도래를 맞게 된다는 점이다. 펀드 만기도래로 벤처 위협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의 경우 모두 현금화해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투자대상 기업들이 대부분 비상장 벤처기업이므로 만기가 되더라도 상장 혹은 인수합병(M&A)을 통해 현금화하지 못할 지분도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의 규모가 크거나 한꺼번에 많은 수의 펀드가 해산돼야 한다면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띨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이 펀드들의 효율적 해산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이른바 모태펀드의 역할이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모태펀드로는 지난 2002년 설립된 KIF펀드와 2005년 설립된 한국벤처투자주식회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모태펀드는 그동안 벤처캐피털이 조성한 대부분의 펀드에 출자하고 있어 벤처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모태펀드들이 출자한 펀드의 상당수 역시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따라서 모태펀드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려 할 경우 벤처캐피털은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어떤 방법으로든 현금화해 회수해야만 하는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꺼번에 투자자금을 회수하려 할 경우 벤처캐피털이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율 악화는 명약관화하다. 투자지분을 매수하려는 수요보다 매각하려는 공급이 클수록 투자지분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시장원리이기 때문이다. 투자지분 가치가 하락한다면 벤처캐피털의 투자실적이 악화되고 이는 적지 않은 벤처캐피털의 도산을 불러올 뿐 아니라 신규 펀드 조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벤처캐피털의 자금사정 악화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감소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무리하게 펀드 해산을 고집할 경우 투자를 유치한 벤처기업까지 자금사정이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벤처캐피털로서는 상장 혹은 제3자 매각에 실패해 회수하지 못할 투자지분은 해당기업이 매수하도록 강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IF펀드와 한국벤처펀드주식회사 등 모태펀드의 수익률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모태펀드들은 과거와 같이 정부 자금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벗어나 연기금과 대기업 등 일반 투자자들을 유치할 정도로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들의 펀드수익율 악화는 이에 출자한 모태펀드들의 수익율 악화로 이어져 이들 모태펀드의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모태펀드의 재무사정이 악화된다면 벤처캐피털에 대한 신규 투자자금 감소는 물론 제2의 벤처붐을 기대하는 사회적 기대에 찬물을 끼얻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모태펀드 매각해 만기연장을 이와 같이 벤처 생태계를 위협하는 사태를 방지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한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면 만기가 도래했으나 상당 부분 현금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펀드의 경우 국내외 투자자에게 펀드 자체를 매각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을 여러 펀드에 출자한 모태펀드에 적용한다면 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벤처펀드와 벤처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도록 조금 더 시간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캐피털 투자지분의 가치하락을 막아 벤처 투자자금의 선순환 고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