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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CSI' 요원처럼 멋지진 않지만…

"열정만큼은 더 뜨거워요"<br>이천 냉동창고 화재현장서 활약<br>김진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실장


“미국 드라마 CSI에 나오는 화재감식 요원들은 최첨단 장비를 갖춘 멋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열정과 자부심은 우리가 더 낫습니다.”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지난 8일부터 열흘 가까이 감식활동을 벌여온 국립과학수사연구소(NISI) 물리분석과 화재연구실의 김진표 실장. 지하 수백m 막장에서 일하다 나온 광부처럼 얼굴과 옷이 온통 검은색 재로 뒤덮인 모습으로 근처 식당에서 국밥 한 그릇 후딱 말아 먹고는 다시 창고 안에 들어가 묵묵히 재와 씨름해온 이들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부하는 국과수 화재감식 요원들. 본인들은 화재감정인 또는 화재조사원이라고 칭한다. 범죄수사 및 사법재판에 필요한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규명하는 국과수에 소속된 화재조사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이들이 내놓는 감정결과물에 대한 공신력은 단연 국내 최고다. 국내에서 연간 발생하는 화재 3만4,000여건 가운데 2,200여건을 이들이 담당한다. 이 많은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화재조사원 대부분이 매일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하지만 밀려드는 의뢰사건을 제때 처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이천 화재 사고처럼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모든 인력이 투입돼 우선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올해 의뢰가 들어온 43건은 언제 손댈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과중한 업무 외에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 피부병. 화재 현장에 한번 투입되고 나면 온몸이 가렵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긁다 보면 진물이 나고 피부가 벗겨지기 일쑤다. 그래도 한번 화재조사원으로 들어오면 그만 두고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자신들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소방검정공사와 건설기술연구원이 보유한 연소시험장을 빌려 사용하고 있다 보니 하고 싶은 시험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게 그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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