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구조조정 한파' 美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 가보니…

텅빈 조립공장 주차장… 길가엔 빈집 즐비<br>점포 손님 절반으로 줄어 "언제까지 문열지… " 이사가려 집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br>고유가속·강성노조 경영전략 실패가 원인… 연료절감형 차량 개발 박차등 변신 몸부림

한때 미국 최고급승용차 링컨시리즈를 생산하던 디트로이트 인근 윅섬의 포드자동차 공장이 지난해 5월 폐쇄된후 흉물스럽게 버려져 있다.


디트로이트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중소도시 윅섬. 이 곳의 포드 자동차 조립공장 입구에는 수천대의 차량을 족히 수용할 만한 엄청난 크기의 주차장이 덩그러니 비어있다. 주차장과 공장 사이에는 흉물스러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고, 군데군데 패인 주차장 바닥은 한 때 1만 명에 가까운 근로자로 북적거렸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포드의 윅섬 공장은 지난해 5월 ‘전진의 길(Way Forward)’이라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폐쇄됐다. 인구 10만 명의 이 도시는 포드가 1980년대 말까지 대통령 전용차량으로 납품한 ‘링컨 시리즈’를 생산했던 곳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윅섬 공장이 폐쇄되자 지역사회의 충격은 컸다. 공장 폐쇄로 근로자 1,600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고, 50여년간 미국 최고급 승용차를 생산해 온 지역사회의 자존심까지 무너졌다. 공장 인근 웬디스의 한 점원은 “공장이 폐쇄된 이후 손님들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언제까지 점포 문을 열지 알 수 없다”며 불안해 했다. 이곳에서 만난 퇴직 근로자 마이클 워스씨는 “일자리가 생기는 남부 앨라배마로 이사하려고 지난해 집을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아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국제유가의 초급등세로 디트로이트 경제는 빈사 상태로 몰리고 있다. 승용차 부문의 경쟁력이 외국차에 밀린지 오래고, 그나마 우위를 보였던 픽업트럭과 SUV는 고유가 시대의 최대 희생양이 된 탓이다. 지난 5월에는 미국시장에서 빅3의 시장점유율이 아시아계 자동차 메이커에 사상 처음으로 역전되는 수모를 겪었다. 경기침체와 고유가로 올해 미국내 자동차 판매는 1,5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1,620만대 비해 9%감소하는 것으로 지난 1995년 시장규모로 위축되는 셈이다. 최근 빅3가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디트로이트 분위기는 더 흉흉하다. 2년 전 근로자 3만4,000명을 내보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말 픽업트럭과 SUV를 생산하는 북미 공장 4곳을 폐쇄한데 이어 명예퇴직 형식으로 1만9,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제임스 보벤지 GM 아ㆍ태지역 구매담당 부사장은 “불과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세단과 트럭의 생산 비중이 같았지만, 이젠 60대40으로 바뀌었다”며 “생산기반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포드가 4,200명을 줄였고, 크라이슬러가 추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다. 현지 교민 김정식씨는 “과거엔 노사 합의로 구조조정이 단행됐지만, 고유가 시대를 맞은 요즘은 강제 해고가 일반적”이라며 “노조의 힘이 많이 약화됐다”고 전했다. 디트로이트의 추락은 빅3가 자초했다. 빅3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개발에 등한시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자로 ‘디트로이트의 종말’을 쓴 미쉐린 메이너드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소비자보다는 차를 만드는 자(빅3)가 차를 더 잘 안다는 자만심에 가득 찼다”고 꼬집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외국기업 반감과 과다한 복지비용 요구는 디트로이트 몰락을 부채질했다. 디트로이트 부동산 시장은 암울한 지역 경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윅섬에서 디트로이트 도심으로 향하는 미시건 1번 도로 주변에는 빈집들이 즐비하고, 반쯤 무너진 흉가도 더러 눈에 띈다. 미국 부동산시장 붕괴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했다. 미국에선 집값이 오르면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고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신차 구매 수요는 준다. 그 연관성의 고리는 ‘홈에쿼티론’이라는 소비자 금융의 특성에서 나온다. 홈에쿼티론은 주택을 살 때 대출금을 제외한 주택의 순 가치를 토대로 제2차 담보대출을 일으키는 것으로, 주로 자동차와 가전제품등 내구재를 구매할 때 활용된다. 그런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이 소비 금융의 선순환 구조는 깨졌다. 신용도가 낮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는 자동차 사기가 더 어려워졌다. 서브프라임 전문 오토론 전문업체인 아메리크레딧은 올해 대출금이 3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92억 달러의 30%수준이며, 올해 34만대의 자동차 판매가 준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비(非‥ 자동차 기업도 디트로이트를 탈출하고 있다. 제약 회사인 화이자 기술개발센터가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철수했다. 이 바람에 1,300명이 실직했다. 디트로이트 3대 카지노인 그릭타운은 지난달 파산보호를 신청, 지역경제에 충격을 던졌다. 디트로이트는 뒤늦게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UAW가 고비용 구조의 주범이던 의료보험 문제를 합의하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릭 왜고너 GM회장은 2010년 시판 예정인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 개발 진척도를 주간 단위로 보고 받고 있다. 엄성필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은 “왜고너 GM회장이 최근 2017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을 4분의 3까지 늘리는 ‘그린전략’을 발표하면서 2000년대초 유가 급등기에 연료절감형 차량개발에 소홀이 한 것을 크게 후회했다”며 “고유가 시대를 맞아 북미 자동차산업이 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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