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2일] 쾌도난마(快刀亂麻)

아버지가 자식들을 모아놓고 뒤엉킨 실타래를 풀도록 했다. 뒤엉킨 실의 끝을 찾아 하나씩 풀어나가는 아이도 있지만 단번에 실타래를 칼로 잘라버린 자식도 있었다. “어지러운 것은 한 칼에 끊어버려야 한다”는 이른바 ‘쾌도난마’ 얘기다. 경제는 엉킨 실타래보다 더 복잡하다.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때는 쉽게 풀리지만 시장이 멈춰 서면 더 꼬이기만 한다. 각종 경제 지표를 쳐다보면 머리가 어지럽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계기로 안정세를 찾는 듯했던 환율은 다시 1,500원까지 수직 상승했고 주가는 900선을 위협받는가 싶더니 하루 만에 다시 1,000포인트 고지를 되찾았다. 기준금리를 4.0%까지 내렸더니 국고채 금리가 4.3~5.4% 사이에서 급등락하며 출렁댄다. 정부가 엄청나게 돈을 풀었건만 정작 기업들은 “돈이 안 돈다”며 난리다. 금융회사가 “제조업체를 믿을 수 없다”며 퇴짜를 놓는 ‘신용경색’ 상황이다. 정부가 시중에 돈을 돌리겠다고 은행에 유동성을 쏟아붓지만 은행은 돈을 꽉 움켜쥐고만 있다. 대통령이 어린이를 타이르듯 은행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시장자율에 맡긴 각종 기업구조조정 작업도 ‘동작 그만’ 상태다. 중소기업 워크아웃ㆍ패스트트랙ㆍ대주단협약 등 방법은 다양하지만 기업과 은행ㆍ정부가 서로의 명분과 실속만 챙기기 위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시장 스스로 얽힌 실타래를 풀기에는 너무 늦었다. 각 부처가 난마처럼 얽힌 실타래를 풀겠다고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더 엉키기만 할뿐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간다. 이제 ‘경제’라는 엉킨 실타래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한다. 처음부터 하나씩 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고 한 칼에 잘라버릴 수도 있다. 쾌도난마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많지 않다.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도록 분명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실타래를 풀거나 끊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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