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불황 터널을 지나 회복되고 있는가. 불황의 늪으로 더욱 빠져들고 있는가.최근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경기회복론을 제기했다. 경기가 저점을 지났거나 통과하고 있는 중이라는 낙관적 진단을 한 것이다.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게 내리막 길을 달리던 경기가 회복으로 돌아서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기회복론은 오진이거나 성급한 판단이다. 성급한 판단은 경제 정책을 그르치기 쉽다. 또 잘못된 진단은 엉뚱한 처방으로 이어져 환자를 궁지에 몰아넣게 마련이다.
물론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보는데는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제조업 가동률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물가도 안정되었으며 선행지수가 증가세를 탔다. 여기에 수출이 회복기미를 보이고 경상수지적자 증가폭이 감소했다. 반도체·조선·석유화학 등 수출주력상품가격의 상승과 수요증가도 눈에 띈다.
세계경제의 견인역할을 해온 미국 경제가 활력을 더해가고 원유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보탬이 될만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낙관론의 근거로 삼기에는 아직 이르다. 자칫 허망을 안겨줄 신기루 일 수 있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소비위축 덕이다. 불황 아래서는 당연한 결과다.
수출회복도 가격경쟁력 회복이나 교역 조건의 호전 때문이 아니어서 일시적 현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엔저가 지속되고 원화 환율을 붙들어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 수출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경상적자폭 증가 감소 또한 수출이 늘어서라기 보다는 내수침체와 허리띠 졸라매기에 따른 소비억제 수입감소 덕분이다. 미국경기의 상승도 이제는 동조현상의 단절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낙관론은 때 이르다. 성급한 낙관론은 고비용구조 혁파와 경쟁력강화 노력을 그르치게 될 위험이 높다.
더욱이 재고는 늘고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자금 시장의 불안으로 부도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체감경기는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 불황의 골이 깊어져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와는 달리 민간연구소들은 하나같이 부정적 진단을 하고 있다. 5%대의 저성장에 2백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불황은 순환적 측면보다는 고비용구조와 경쟁력 약화에서 근원을 찾아야 한다. 경기순환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거와는 달리 U자형 패턴이어서 경기침체기가 오래지속, 회복이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는 낙관에 젖어 일을 그르칠 것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 노력을 더욱 치열하게 전개해야 할 때다. 경기회복과 지속적인 성장은 경쟁력 강화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거품걷어내기 허리띠 졸라매기 재정긴축을 강화하면서 고비용구조 혁파 기술개발 노사안정에 더욱 힘써야 한다.
때이른 경기회복 환상에 젖어 경쟁력 강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섣부른 낙관론이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고 거품을 조장했던 경험을 되풀이 할수는 없다. 세계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선진국의 길인양 또 선진국이 된양 허장성세를 했지만 그 결과는 경쟁력 약화와 거품속의 불황이다. 또다시 환상에 젖게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