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길게는 1,500만년전, 짧게는 500만년 전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아프리카를 출발해서 지구 전역으로 퍼지면서 인류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두 메이저 문명을 키워왔다. 동양이 한때 세상을 지배한 적이 있었으나, 오늘을 기준으로 보면 서양이 앞서 간다. 최근에는 동양과 서양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글로벌 문명으로 통합되는 과정에 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그러나 서양을 중심으로 한 융합의 성격이 강해 동양은 서양인의 잣대에 의해 부분적으로 섞일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는 “동양 사회가 향후 세계문명의 주도적 역할을 회복할 것이라든지, 유해한 서양 문명에 대항하는 면역체 역할 혹은 문명적 대안의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희망적인 상상은 오산”이라며 “동양의 역사와 문명을 올바로 ‘계승’하는 것은 전적으로 동양인들의 몫”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동서양이 관계없이 성장했던 중세시기, 둘이 만나 섞였던 근대 등을 주요 사건을 들면서 비교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 동양사와 서양사의 비교는 ‘버스타기’와 ‘떡볶이 먹기’를 비교하는 것 만큼 이질적이고 어렵지만, 두 문명의 융합이 가속도를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거칠게나마 비교하는 데 의미를 뒀다고 설명했다. 책은 실패한 동양사의 우울함을 부각하거나, 서양의 패권주의를 찬양하는 대신 동양이 실패한 원인을 점검하고, 서양의 결함과 부작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두 문명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