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불법 대선 자금 150억원 추가 수수의 격랑에 휘말린 한나라당에 신(新)ㆍ구(舊) 지도부 갈등의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자금과 관련한 모든 것을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는 `결자해지론`이 바짝 고개를 들고 있고,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간에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조만간 빅뱅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이 전 총재가 결자해지하는 것 외엔 해법이 없다는 주장은 한나라당에서 대세를 점해가고 있다. 최 대표도 10일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대선자금 특검 추진 등 정면돌파론을 사실상 접었다.
홍준표 의원은 "대응을 할려고 해도 뭘 알아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측에 최 대표가 대선자금 내역 등을 타진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우리 보고 치우라는 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당직자들도 "이젠 이 전 총재가 검찰에 당당히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등을 떠미는 듯한 모습이다.
홍사덕 총무가 이날 예고 없이 이 전 총재의 옥인동 자택을 방문한 것도 이런 의도를 깔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공천 물갈이 문제가 얽히면서 서청원 전 대표와의 한바탕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최 대표는 이날 양산 통도사를 방문한 자리서 전날 "물갈이에 사심이 있거나 사당화하려 해선 안 된다"는 서 전대표의 의총 발언을 `헛소리`라며 격하게 비난했다.
최대표는 "서청원 왜 그러는 거야"라는 등 거친 말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서 전 대표측과의 일전을 각오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당 중진들의 물갈이 반발 기류에 대해서도 "신경 안 쓴다"고 일축했다.
최 대표의 측근은 "이 전 총재와 서 전 대표에 대해 두 개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하나"라며 이들을 구세력으로 싸잡아 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최 대표로서는 과거와의 절연을 통해 대선자금과 물갈이 등 당내ㆍ외 문제를 한꺼번에 털어버리는 방안을 생각하고도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서 전 대표도 전혀 굽힐 기세가 아니다. 당내에선 양측간 결전(決戰)의 시기와 방식을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