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유사 쥐어짜는 알뜰 주유소


지난달 21일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알뜰 주유소에 일반 정유사보다 리터당 100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도록 기름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호기롭게 밝혔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알고 보니 '국내 정유사들이 100원 싸게 석유공사에 팔게 하면 된다'였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석유공사가 준비 중인 석유제품 입찰에 참여하라고 정유사 등을 떠밀고 있다. 이럴 거면 지난 4월처럼 그냥 정유사 팔을 비틀어 100원 싸게 팔라고 하면 될 일이다. 왜 국민 혈세를 들여 새 유통망을 짜려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간다. 또 석유공사가 이런 대단한 능력이 있었다면 그동안 뭐했는지도 국정감사감이다. 지식경제부는 펄쩍 뛰고 있다. 알뜰 주유소가 공동구매하는 거지, 정유사에 싸게 달라고 강요한 적이 없단다. 제정신을 가진 정유사라면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해 국내보다 더 좋은 수익을 내는 대신 손해보고 석유공사에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알뜰 주유소는 설 수 없다. 이번 알뜰 주유소 정책은 "일본 등에서 저렴한 휘발유 등을 사들여오면 되잖아요"에서 출발했다. 그게 안 되자 '정유사 윽박지르기' 2편이 개봉박두다.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하는 건 공무원들의 곡학아세(曲學阿世)다. 휘발유 수입이 현실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전시용 대책이 더 급했던 게다.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원적지 담합 과징금 부과 조치의 판박이다. 지난 2000년대 초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져 석유제품 국제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훨씬 싼 적이 있었다. 당시 타이거오일 등 수입업자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0% 가까이 올라갔다. 그러나 유가가 상승하자 수입업자들은 바로 퇴출됐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놓곤 국내 정유사에 눈을 부라리는 정부의 막무가내가 정말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이런 저열한 수준의 공무원들을 우리 국민과 기업들은 언제까지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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