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A씨가 좌절하는 이유

안의식 <경제부 차장>

경기도 용인 수지에 사는 A씨. 그는 요즈음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부인의 ‘바가지’ 때문. A씨는 2년 반 전 수지로 이사 왔다. 서울 강북에서 전세 살다가 같은 가격으로 넓은 집에 살자는 부인의 권유로 이사했다. ‘바가지’의 요지는 왜 그 이후 집을 사지 않았느냐는 것. 수지의 집값은 최근 1년새 거의 두배로 뛰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평당 500만원 내외였다. 그러나 판교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오자 “왜 우리가 평당 500만원이냐, 뭐가 부족하냐”며 순식간에 1,000만원으로 올랐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B씨. 그도 요즈음 부인의 등쌀에 시달린다. 그는 2년 전 일산에서 전세로 살던 집을 아파트 담보대출을 많이 얻어 샀다. 일산 집을 살 당시 부인은 분당 아파트를 사자고 했던 것. 그러나 분당으로 가려면 평수를 줄일 수밖에 없어 그냥 전세 살던 집을 샀다. 그 이후 일산 집값은 거의 그대로이지만 분당 아파트값은 폭등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C씨. 그는 요즈음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하라”는 얘기를 잘하지 않는다. 비록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30평형대 아파트값이 3억~4억원을 호가하고 아파트 한채로 떼돈을 벌어들이는 ‘이웃 아닌 이웃’들을 보면 일할 맛이 나겠냐는 푸념이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A씨나 B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즈음 어지간한 술자리는 보통 아파트값 이야기가 태반이다. 서민들은 답답하기도 하고 ‘내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나’며 한탄을 내뿜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그동안 성실히 일해왔다. IMF 구조조정의 위기도 잘 견뎠다. 월급이 반토막 났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 잘되겠지”라며 희망을 갖고 살고자 노력했다. ‘국민을 위한다’는 ‘국민의 정부’에 표를 던져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는 순간을 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린 사람도 많았을 것이고 ‘일반 대중의 참여정부’를 약속한 노무현 후보의 막판 뒤집기에 자신의 한표가 기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전율했던 서민들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가 그들에게 남겨준 것은 구조조정과 카드 빚, 빈부격차 확대뿐이었다. 이어 등장한 참여정부도 마찬가지다. 경기침체와 아파트값 폭등 등 그 어느 정권 때보다 인상적(?)인 경제 성적표를 올리고 있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산층 몰락, 빈부격차 확대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면 참여정부는 그들이 인정하건 하지 않던 간에 경기침체와 아파트값 폭등을 통해 ‘양극화’가 완성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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