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임원들, 주가약세 '이중고'

◇막대한 주식손실=지난해 12월 증권시장에서 한빛은행 주식 2만5,500주를 샀던 김진만(金振晩) 행장의 경우 불과 두달새 투자규모(9,250만원)의 30%를 넘는 2,880만원 이상을 손해봤다. 자기 은행으로부터 받은 두달치 급여를 주식시장에서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金행장은 당시 은행 주가가 3,6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자 솔선수범해서 자기 은행 주식을 취득, 투자자들의 마인드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었다. 金행장 뿐 아니라 한빛은행 임원 전부가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 임원진 중 이수길(李洙吉) 부행장 등 여타 임원들도 은행장이 우리사주 매입에 나서자 동참, 올 1월 1만주를 매입했으나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왔다.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외환·조흥은행의 임원들도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해 4월 임직원들이 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대출을 끌어당겼다. 당시 주가는 4,000원대였지만 머지않아 오를 것이라는 판단에 임직원 상당수가 주당 5,000원에 매입했다. 임원이 7,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1만4,000주씩 매입한 것을 비롯, 직원들도 과장급이 6,000주 등 다른 금융기관과 대출을 위한 제휴까지 맺으면서 우리사주 매입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현 주가는 3,500원에도 미치지 못해 대출금도 못 갚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조흥은행도 마찬가지. 위성복 은행장의 경우 지난해 4월 주당 7,400원에 조흥은행 주식을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올 1월 3만3,300주를 매입, 은행 주가를 올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나 현 주가는 주당 2,800원대에 머물러 있다. 현 주식보유수는 총 5만3,300주이지만 이익을 거둔 주식은 없다. ◇주총이 두려워=은행 임원들은 요즘 오는 3월 주주총회 얘기만 나오면 얼굴이 벌개진다. 은행장은 물론 임원 상당수가 주가 하락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고 있기 때문. 정부 당국자도 17일 『한빛·조흥·외환은행장 3인 중 전부가 유임될 것이라고는 확답할 수 없다』고 밝힐 정도. 이밖에 은행경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임원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내부에서는 진단하고 있다. 비단 교체만이 문제가 아니다. 주택은행 등 은행 주가가 급상승 곡선을 그린 곳은 걱정을 않지만, 3대 시중은행은 주총 날짜를 어떻게 조정하면 주주들로부터 시달림을 덜 받을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다른 은행은 몰라도 3개 은행은 주총 날짜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은행을 아껴 우리사주를 매입해 입은 손실은 그만두고 라도 주총장에서 당할 수모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토로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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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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