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기업 면세점 갈등 볼썽 사납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이 자신과 임직원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정부 산하 공기업 최고경영자가 다른 공기업 수장을 형사 고소한 초유의 사건이다.

이참 사장의 고소 행위는 경위를 불문하고 고위공직자로서 경솔하고 부적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정권말 대선정국을 틈타 각종 이해단체의 집단이기주의가 분출하는 마당에 차관급 공기업 대표가 국민에게 싸움닭처럼 비치는 것은 국가적으로 백해무익하다. 사회 분위기를 다잡아야 할 공직 지도급 인사가 거꾸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꼴밖에 안 된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낯 뜨거운 일이다.


더욱이 그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고소한 지난 22일은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나라 밖에 있던 시기다. 국가원수가 부재중일 때 공직자들이 매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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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지난달 16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채욱 사장이 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5년간 적자를 냈다고 발언한 것이 단초가 됐다. 고소한 측은 자신들의 공항 면세점을 두고 이채욱 사장이 "세금을 축낸다"고 표현한 것을 빌미로 삼지만 말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

관광공사 공항 면세점이 적자를 냈다는 말이 사실과 다르다면 정확한 관계자료 공개와 함께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상대방에게도 유감이나 항의 정도의 표시로 대응하면 될 일을 굳이 고소라는 극단적 방법을 동원한 것은 볼썽 사나운 모습이다. 무슨 저의가 있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다.

두 공사는 면세점 민영화 정책으로 오래 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공항공사 입장에서는 임대료 수입이 늘어나니 민영화를 적극 찬성하는 반면 관광공사는 면세사업 철수로 조직과 인력이 축소되는 민영화를 반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전형적인 밥그릇 다툼이다.

가뜩이나 정권말 국정의 구심점이 약해지는 시기에 공기업 간의 이런 추태는 이유를 막론하고 배격해야 할 대상이다. 지금이라도 관광공사는 즉각 고소를 취하하고 사업권 조정에 대한 불만이 실질 배경이라면 정부의 공식 경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럴 때 국무조정실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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