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0월 22일] 市郡통합도 법치정신으로

정치권이 현행 광역시도를 폐지하고 230여개 시군구를 60~70개 정도의 광역시로 재편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정원의 현행 유지, 지방교부세 지원 등 각종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약속하며 현행법에서 가능한 시군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생활권 등이 다른 시군구 간 통합은 지방자치와 분권, 행정의 민주성, 주민 접촉성을 저해할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면 그동안 추진했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통폐합, 국가사무 지방이양, 자치경찰제 실시, 교육자치제 도입 등 중대한 분권 과제들이 올스톱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은 "100년 전 만들어진 낡은 행정구역을 개편해야 한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 40년간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빈번하고 대폭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해왔다.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한 채 또 행정구역 개편 타령이냐"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1961년 85개 읍과 1,407개 면을 140개 군으로 통합하고 1988년 특별시ㆍ광역시의 자치구를 기초지자체로 전환했다. 1994~1997년에는 43개 시와 40개 군을 41개 통합시로 개편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6개 광역시를 도에서 떼냈고 2006년 제주도의 4개 시군을 폐지, 제주특별자치도로 개편했다. 한편 일본은 47개 도도부현을 10개 안팎의 도(道)와 주(州)로, 프랑스는 22개 광역지방행정단위(레종)를 6개 대지역으로, 독일은 16개 주를 7~9개로 광역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여권과 정부는 애써 외면하는 눈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시군 통합은 행정비용 절감,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일치, 도농 간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한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은 행정비용 절감, 지역경쟁력 강화 등 지방행정 구역ㆍ체제 개편의 목적을 좀 더 분명히 하고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되 '통합 인센티브'를 남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법치를 강조하는 정부답게 일부 주민에 대한 의견조사와 지방의회 의견만으로 개편을 강행하려는 발상을 버리고 법적 절차에 따라, 주민이 투표 등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