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차례상 차리기] 과일은 항상 홀수로… 윗부분 살짝 깎아야

추석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경운동 한옥 레스토랑인 ''민가다헌''에서 탤런트 김수미 씨가 차례주인 백화수복 따르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롯데주류는 백화수복 탄생 70주년을 맞아 우리 차례상 지키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권욱 기자


첫째줄 수저·잔·국·밥… 둘째줄은 전·육적·떡 등 배치

셋째줄 육탕·소탕 등 탕류 놓고 넷째줄 나물·마지막줄이 과일


소고기는 절단면 색 밝고 윤기 나야… 굴비는 몸통 두툼하고 짧은 게 국산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찾아왔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돌아가신 분을 기리며 준비하는 차례상 차림은 세대를 거듭해 내려올수록 제례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수하기 쉽다. 물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이나 지역적 특성, 고인의 취향 등을 고려해 개성있는 차례상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예법에 맞는 차례를 지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5대 원칙'만 잘 지키면 '끝'=복잡한 것처럼 보이는 차례상차림도 한번 제대로 알아두면 해마다 잊지않고 활용할 수 있다. 돌아가신 조상을 모신 신위는 북쪽을 향해 두고 절을 하는 자리를 남쪽으로 해야 한다. 또한 차례상은 신위를 바라본 자세에서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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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세부적인 상차림에 대한 원칙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열대과일도 차례상에 오르는 시대라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가정에서는 예부터 내려오는 5가지 원칙을 기억하고 여기에 맞춰 상을 준비한다. 첫 번째는 '홍동백서(紅東白西)'다. 전통 차례상 준비가 낯선 젊은 이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이 어구는 붉은 과일은 상의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의미다. 다음은 '좌포우혜(左胞右醯)'다. 우측에는 식혜를, 좌측에는 포를 놓는다는 뜻. 생선은 오른쪽(동쪽)에 육류는 왼쪽에(서쪽) 둬야 한다는 원칙인 '어동육서(魚東肉西)'도 많은 곳에서 지키고 있는 차례상 차림 원칙이다. '조율이시(棗栗梨枾)' 는 상의 좌측부터 대추(조), 밤(율), 배(이), 곶감(시)의 순서로 올리고 그 다음에 호두나 넝쿨과일을 쓰며 끝으로 약과나 다식, 산자 등을 놓는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동두서미(東頭西尾)'는 상에 오르는 생선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도록 한다는 것.

아울러 차례상에는 여러 음식이 한번에 올라가기 때문에 줄을 맞춰 진설하는데 이때 신위에서 가장 가까운 첫째줄에는 수저와 잔, 국과 밥 등을 놓는다. 상을 차리는 사람이 봤을 때 밥과 술은 왼쪽이고 국은 오른쪽이다. 둘째 줄에는 서쪽에서부터 국수와 기름을 사용한 전, 육적, 어적, 떡 등을 놓는다. 셋째 줄은 육류로 만든 육탕, 두부나 채소류로 만든 소탕, 어탕 등 탕류를 놓는다. 탕은 일반적으로 1, 3, 5개의 홀수로 맞춰 준비한다. 탕 종류를 다섯개까지 늘리는 경우 봉탕(닭), 잡탕을 더한다. 네번째 줄은 포와 나물, 마지막 다섯번째 줄에는 과일을 두는 게 원칙이다. 나물의 경우 왼쪽에는 김치를 오른쪽에는 익힌 나물을 놓는다. 김치의 경우 나박김치만 쓰며 나물은 대개 콩나물, 숙주나물, 무나물, 고사리, 도라지 순으로 놓는데 집안에 따라 이 중에 3가지만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과일을 놓을 때는 항상 홀수를 맞춰야 한다. 제기에 올리는 과일은 위 아래 부분을 살짝 깎는다.

◇신선한 재료로 정성을 담는다=올해는 여름 무더위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한가위가 찾아온 탓에 차례상에 올라갈 제수용품을 고르기는 예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특히 생선의 경우 더위에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구입할 때 주의를 세심하게 기울여야 한다. 눈알이 맑고 선명하며 앞으로 볼록 튀어나와있어야 하고 배를 눌렀을 때 팽팽하고 탄력이 있는 것이 신선한 제품이다. 아가미는 선명한 선홍색을 띄고 있어야 하며 물기가 많이 묻어나오는 것은 냉동을 했던 상품을 녹인 후 파는 것일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차례상에 자주 오르는 굴비는 비늘이 고르게 촘촘히 박혀있고 배 부분이 노란빛을 띄는 것이 좋다. 몸 전체가 붉은색으로 몸통이 두툼하고 길이가 짧은 것이 국내산이다. 반면 비닐이 거칠고 몸에 광택이 유난히 많은 편이라면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다. 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면 산지 수협 등 믿을 수 있는 판매처에서 구입하는 것이 원산지 관련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방법이다.

소고기는 절단면의 색이 밝고 윤기가 나면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 국산의 경우 덩어리 형태도 다양하고 등심은 자른 면에 떡심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외국산은 타원형에 떡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갈비는 지방이 흰색이고 짝갈비(덩어리) 형태로 팔리는 게 국산이다

나물도 국산과 외국산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국산 도라지는 길이가 짧고 가늘며 동그랗게 말리는 성질이 약한 게 특징. 잔뿌리가 비교적 많이 붙어 있고 원뿌리도 2~3개 정도만 갈라져 있는 점도 외국산과 다른 점이다. 국산 고사리는 연한 갈색에 너무 길지도 굵지도 않다. 손으로 뜯기 때문에 줄기 아랫부분의 단면이 불규칙하고 줄기 윗 부분에 잎이 많이 붙은 것을 찾으면 된다. 배는 맑고 선명한 황갈색에 윤기가 나야 품질이 좋으며 배 특유의 점 무늬 크기가 크고 꼭지 부분이 없어야 맛이 뛰어나다.

사과는 껍질에 탄력이 느껴지고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전면에 골고루 붉은 빛을 띠고 냄새를 맡았을 때 향긋한 것이 좋은 품질의 사과다. 햇단감은 크기가 클수록 좋다. 다만 표면에 굴곡이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밤은 국산이 개량종으로 알이 굵고 윤기가 나며 껍질이 깨끗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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