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랑의 힘이 '수렁에 빠진 전 남편 구했다'

절도범 공판서 전 부인 눈물로 선처호소..'재결합'할 듯

40대 가장이 갑자기 찾아온 간질병으로 직장을잃고 가정까지 파탄난 뒤 절도 행각을 벌이다 구속 기소됐으나 전처와 가족의 노력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1987년 군복무를 마친 A(42)씨는 전도유망한 중소기업에서 성실히 근무하며 부인 B씨를 만나 결혼할 때만 해도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귀여운 딸을 낳고 행복한 날을 보내던 A씨의 인생은 1995년 4월 후천성 간질병이 갑자기 찾아오면서 수렁에 빠지기 시작했다. 근무지에서 예고없이 찾아오는 간질 발작은 A씨의 직장생활을 갈수록 힘들게 했고,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 탓에 부인과도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어렵게 된 A씨는 몇해 뒤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병원비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2001년 6월 부인과도 갈라섰다. A씨는 이혼 후 누나 집에서 머물면서 새벽 인력시장을 찾아다니며 막일이라도 하려고 했으나, 간질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나마 일거리마저도 쉽게 구할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A씨의 병세는 더욱 악화됐고, 설상가상으로 믿고 의지했던 어머니마저 2002년 뇌출혈로 숨을 거두자 A씨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다. 지난해 9월 A씨는 자살을 결심하고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내려오면서 `차라리 교도소에 가서 가족에게 피해나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A씨는 약 20일동안 3차례에 걸쳐 문이 열린 아파트를 대상으로 현금과 카드 등을 훔쳤다.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가면 차라리 속이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혼 뒤 혼자 살던 전처 B씨는 A씨의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선A씨의 누나와 함께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훔친 돈을 모두 갚고 합의를 이끌어냈다. B씨는 합의를 이끌어낼 때마다 늠름한 가장이었던 전 남편이 순식간에 간질환자와 절도범이 됐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지만 이를 악물었다. B씨는 선고를 앞둔 마지막 공판에서 A씨와 함께 했던 행복한 날들을 떠올리며 눈물로 법원의 선처를 빌었다. A씨도 재판 후 B씨와 재결합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3단독 박순성 부장판사는 14일 "전처와 누나, 변호사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피고인의 범죄 정황이 비교적 명확하게 밝혀졌다"며 A씨에 대해 징역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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