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51 구역


인간 존재는 유한하다. 수명은 기껏 해야 100년 안짝. 어디에서 왔는지도 확실히 모른다. 종교학에서 신앙을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이라고 정의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황당한 신비론과 음모론ㆍ말세론과 외계인기원론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데에도 존재의 처음과 끝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이 담겨 있다. 태생적 약점을 지닌 인간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 '51구역'만큼 딱 들어맞는 소재도 없다.


△51구역의 공식 명칭은 네바다 그룸레이크(groom lake) 시험장. 미 공군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공식 실험장소인 에드워드 기지 부근에 위치한 소금 평원이다. 서부개척시대에 납과 은을 캐내는 광산이 들어서 20세기 초까지 운영됐다. 2차대전 중 공군의 훈련비행장과 육군의 탄약고로 사용되던 이곳이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1947년 6월 발생한 로즈웰 사건. 한 농부가 발견한 비행체의 잔해를 둘러싸고 실험용 기상관측기구의 파편이라는 당국의 해명에 아랑곳없이 비행접시 추락과 외계인 사체 발견설이 꼬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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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폭됐다. 1980년대 이후에는 외계인 생체해부실험까지 이뤄졌다는 책자와 동영상이 나오며 온갖 추론을 낳았다. 심지어 소련의 스탈린이 나치 출신인 생채해부전문가를 동원해 기이한 인체를 만들어 미국을 혼란시키려 특수 비행체에 실어 로즈웰에 불시착시켰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51구역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단 영화가 2011년 개봉된 데 이어 올가을에도 발표될 예정이다. 원인 모를 전염병이 돌면 51구역으로부터 새나왔다는 억측도 나돌았다.

△미국이 중앙정보국(CIA) 문서 공개 방식을 통해 오랜 침묵을 깨고 51구역의 실체를 밝혔다. 냉전시대에 구소련 상공을 감시하던 첩보정찰기 U-2기와 SR-71기의 비밀실험장이라는 것이다. 하긴 소금의 퇴적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광대한 평지가 실험비행장소로는 그만이지만 의혹과 풍문이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와 외계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하고 미국의 이번 발표에 로즈웰 사건에 대한 언급이 빠진 탓이다. 진실은 과연 무엇이며 논란은 가라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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