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워텍 외자유치의혹] 어떻게 이루어졌나
1조5,000억 급전이 '외자유치' 둔갑
지난 7월21일밤 10시50분. 서울 서소문에 있는 시티뱅크 서울지점이 분주하게 돌아갔다. 미화 13억5,000만달러의 거액의 자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금의 용도는 '외국인직접투자'.
그러나 이 돈은 다음날 새벽 2시40분 룩셈부르크에 있는 그레이하운드사로 빠져 나갔다. 이후 시티은행은 다시 어둠에 잠겼다. 1조5,000억원이라는 거금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시간50분.
하지만 그 효과는 길게 갔다. 유치설이 유포되기 전에 주식을 갖고 있던 소수는 수백억대의 차익을 얻었다. 여당 현역의원이 이 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반대로 '외자 1조5,000억원'이라는 착시현상에 젖은 소액투자자들의 손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조5,000억원은 어디에 있나= 1조5,000억원은 아시아넷이 리타워텍을 사기 위해 지불한 금액. 따라서 리타워텍에는 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남아 있지 않다. 아시아넷에도 리타워텍에도 없다.
도대체 1조5,000억원이란 돈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간 것일까. 자금 흐름 과정은 치밀하다. 유명 금융회사에서 조세회피지역의 페이퍼컴퍼니에 이르기까지 몇 단계를 거친다. 언뜻 보면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 같지만 그리 복잡하지 않다.
쉽게 풀어 '내(아시아넷)가 내(리타워텍) 회사를 사면서 남의 돈을 잔뜩 빌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어진다. 리타워텍과 아시아넷이 합병하기 전부터 최대주주는 최유신씨(미국명 찰스 스펙만)로 동일인물인 사실상의 관계회사.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내가 왜 내 회사를 사나. 주가와 관계가 있다. 사려고 하는 회사, 즉 리타워텍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받을 만큼 좋은 회사로 부각된다면 주가는 올라간다. 그러면 대주주는 엄청난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1조5,000억원이라는 돈은 포장지였던 셈이다. 중간과정을 생략하면 리타워텍은 이 돈을 리만 브라더스로부터 빌렸다. 이자로 지급한 포장지 가격은 44억원. 여기에 모두가 넘어갔다. 포장지와 내용물을 혼동한 것이다.
◇자금 이동 경로= 자금이동 경로를 보면 매우 드라마틱하다.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인 리만브라더스와 시티은행이 등장해 '신뢰감'부터 생긴다.
그러나 자금 이동의 길목에는 페이퍼컴퍼니가 위치하며 일처리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1조5,000억원이 리만 브라더스 뉴욕본점과 홍콩지점에서 시작해 7개 회사를 거치며 다시 리만 브라더스로 돌아가기까지는 단 하루가 걸렸다. 대부분의 거래는 남들이 잠든 밤에 진행됐다.
시발점은 룩셈부르크에 있는 그레이하운드사. 김&장에 따르면 그레이하운드는 금융거래 편의를 위해 리타워텍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VㆍSpecial Purpose Vecicle)이다. 지난 7월21일 그레이하운드는 리만 브라더스로부터 13억4,251만달러를 빌린다. 금리는 하루에 0.3%.
그레이하운드는 이 돈으로 아시아넷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한 두 종류의 신주, 클래스 A와 B를 인수한다. 아시아넷은 그레이하운드로부터 받은 돈으로 리타워텍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한 신주 863만주를 매입했다. 또 매입한 리타워텍 신주로 그레이하운드에 매각한 자사주 중 일부인 클레스 B를 재매입해 소각한다.
한편 아시아넷에 신주를 매각한 리타워텍은 그 돈으로 그레이하운드가 매입한 아시아넷 신주, 클래스 A를 인수한다. 이후 리타워텍은 자사주 구주와 아시아넷 신주를 1대7의 비율로 교환해 아시아넷 구주를 소각하고 아시아넷은 리타워텍 신주와 아시아넷 구주를 1대7의 비율로 교환해 아시아넷 구주를 소각해 버린다.
이렇게 해서 아시아넷 주식은 리타워텍이 소유한 신주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소각된다. 다시 말해 리타워텍은 차입한 1조5,000억원을 매개로 아시아넷의 지분 100%를 가진 대주주가 된다. 페이퍼컴퍼니인 그레이하운드사와 아시아테크는 없어졌다.
◇2시간50분짜리 외국인직접투자=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대목이다. 자칫 한국이 핫머니의 천국이 되고 국내 자본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정부의 권장사항. 투자유치를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다.
직접투자를 바라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 산업자금화하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이 외국에 통째로 팔리는 경우도 직접투자에 해당된다. 증권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와는 구별된다. 입력시간 2000/10/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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