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남산서… 하늘공원서 '영원의 약속'… "우리 절대 헤어지지 말자"

■ 서울 '사랑의 자물쇠' 명소

남산 N타워의 '사랑의 자물쇠'를 배경으로 연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랑의 자물쇠'는 남산을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고 있다.

상암동 하늘공원에 있는 희망전망대의 '사랑의 자물쇠'

롯데월드어드벤처 '매직 아일랜드'의 '사랑의 자물쇠'와 하트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정1동 주민센터 옆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

● 인기 끄는 곳은

드라마 속 남산N타워 외국인까지 몰려… 롯데월드선 연인들 위한 이벤트존 마련


문정동 수령600년 느티나무도 많이 찾아

● 개념있는 '사랑 맹세'를

열쇠를 꼭꼭 숨겨야 사랑 이뤄진다며… 산·강에 버리면 녹슬어 환경 오염 우려

가급적 열쇠는 가지고 가는 센스 필요


'준*♡희*' '사랑, 사랑, 사랑'처럼 간단한 것에서부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이 자물쇠처럼 함께 하길' '말 잘 듣는 남편이, 밥 잘하는 아내가 되자'같이 문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구가 쓰여 있다. 남산 N타워 옆 로프테라스에 있는 '사랑에 자물쇠'에서 볼 수 있는 글이다. 불신의 시대가 됐나, 아니면 사랑이 더 돈독해지려고 하나. 연인이나 부부의 사랑을 묶는 '사랑의 자물쇠'가 설치된 장소와 걸리는 자물쇠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남산 N타워를 비롯, 롯데월드어드벤처, 문정동, 상암동 하늘공원, 신도림 디큐브시티 등 서울시내에는 현재 10여곳에서 '사랑의 자물쇠'가 설치돼 운영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의 유무에 따라 인기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롯데월드 등 '사랑의 자물쇠' 확산=서울에서 '사랑의 자물쇠'가 걸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남산 N타워가 효시로 보인다. 그해 남산타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옆 절벽에 로프테라스를 설치했는데 이곳을 방문한 연인들이 로프에 자물쇠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ㄷ'모양의 펜스에는 현재 수천개의 자물쇠가 빽빽하게 걸려 있다. 남산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인기 코스가 되고 특히 최근 한 TV 드라마에 이 장소가 방영되면서 자물쇠 숫자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타워 측은 아래쪽에 트리 모양의 자물쇠 걸이를 추가로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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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N타워가 인기를 끌고 관광객들을 모으면서 '사랑의 자물쇠'는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공공적인 성격을 가진 곳과 말 그대로 상업적인 이벤트를 위한 곳이다.

만약 조용하고 하늘에 보다 가까운 곳을 찾고 싶으면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으로 가면 된다. '하늘을 담는 그릇'으로 불리는 희망전망대에서 '사랑의 자물쇠'를 만날 수 있다. 하늘공원의 풀숲과 한강이 어우러져 순백색의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정말 조용한 곳을 원하면 문정동이 좋다. 문정1동 주민센터 옆 느티나무 아래에 '사랑의 자물쇠'가 걸려 있다. 문정동의 명물인 수령 600년 느티나무를 명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설치했다고 한다.

연인을 위한 멋진 이벤트를 위한다면 테마파크를 찾을 수 있다. 롯데월드어드벤처는 올해 개장 25주년으로 새단장하면서 '매직 아일랜드' 내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사랑의 자물쇠' 코너를 만들었다. 11개 언어로 '사랑'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4m 크기의 하트 조형물 아래서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이외에도 신도림 디큐브시티와 테크노마트 등에도 '사랑의 자물쇠'가 걸려 있다.

◇스토리가 있는 곳이 인기=사랑의 자물쇠의 유래는 이탈리아라는 것이 다수설이다.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이자 영화감독 페데리코 모치아가 1992년 출간한 소설 '하늘 위 3m'에 함께 다리를 건너던 연인이 사랑을 고백하며 자물쇠를 채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 따라 하는 이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로 퍼졌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한 다리는 로마에서도 가장 오래된 다리 중 하나로 테베레강에 놓인 밀비오 다리다. .

그러면 왜 소설의 작가는 자물쇠를 사랑의 모티브로 사용했을까. 신화학자들은 이러한 행위를 신에게 맹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과거부터 이탈리아인들은 자물쇠를 채운 후 열쇠를 테베레강에 던졌는데 이는 하신(河神)인 티베리누스에게 사랑의 증인을 세워달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중도에 이별을 원하는 사람은 티베리누스에게 가서 열쇠를 받아와 자물쇠를 열어야 한다. 실제로는 강에 들어와 열쇠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 않고 맹세를 깨면 그는 신과의 약속을 어긴 죄로 영원히 저주를 받는다는 것이다. 하신이라는 개념에 익숙한 유럽에서 다리 위에 '사랑의 자물쇠'가 많이 걸려 있는 이유다.

반면 '신'에게 투탁한다는 개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의 자물쇠' 설치 위치가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스토리가 있어야 인기를 끌 수 있다. 남산이 최고의 입지인 이유는 그래서다. 첫째는 전망이 좋아서고 여기에 남산에 보증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다리에 걸린 사랑의 자물쇠는 없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다. 문정동의 '사랑의 자물쇠'는 느티나무에, 상암동 하늘공원은 하늘에 투탁을 한다. 롯데월드어드벤처는 호수에 연인들의 사랑을 투탁할 수 있다.

◇오염문제 해결책은 마련해야='사랑의 자물쇠' 확산의 최대의 장애물은 오염문제에 대한 비판이다. 조그만 자물쇠 하나가 무슨 문제를 일으키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자물쇠가 수천개씩 쌓이면 해당 지역에는 무리가 간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의 다리 난간이 '사랑의 자물쇠'의 무게로 무너져 내린 사고가 있었다. 유럽의 각국 정부는 다리에 자물쇠를 거는 것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다. 자물쇠가 녹이 슬어 흉물이 되는 것도 미관상 좋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열쇠의 처리다. 원래는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곳에 둬야 그 사랑은 영원해진다. 연인 중의 누군가가 열쇠로 열 수 있다면 그 약속은 하나마나다. 하지만 열쇠를 숨길 그런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강물이나 호수에 던지면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강물이 오염된다.

남산 N타워의 로프테라스에는 '절벽 아래로 열쇠를 던지지 마시오'라는 경고 팻말이 있다. 열쇠로 산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쇠를 던지는 연인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롯데월드어드벤처에서는 아예 열쇠 수거함을 비치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물쇠를 채운 후 열쇠는 그냥 가지고 가다가 어디 적당한 장소에 숨겨둔다(혹은 버린다)고 한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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