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유통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대변동의 원인은 세계 최대의 유통체인점인 월마트의 연이은 유럽 국가 상륙에서 비롯됐다.
월마트는 최근 들어 독일시장에서 급격한 매출 상승세를 타고있으며 영국시장까지 넘보기 시작, 전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97년 독일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말 유통업체 스파한델스의 매장을 인수, 시장점유율 15%로 독일내 4위 유통업체로 급부상했다. 독일시장에 이어 최근 영국의 주요 슈퍼마켓 체인인 아스다를 현금 108억달러(67억파운드)에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자 유럽 유통업체들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월마트는 전세계 3,600개 점포에 91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초대형 기업. 연간 매출 역시 1,376억달러(857억파운드)로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
우선 영국 유통시장이 월마트에 의해 초토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영국 유통업계 전체가 치열한 가격 인하경쟁과 함께 재편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마트는 생활용품, 일반 제조품 판매에서 경쟁업체보다 20% 이상 싼 가격으로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이같은 저가 전략은 독일, 캐나다 등에서 톡톡한 재미를 본 바 있다.
일단 매출 규모에서도 영국 유통업체들이 월마트에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영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을 합쳐도 월마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표참조
최근 영국 유통 컨설팅업체인 버딕트가 설문조사한 결과, 영국 소비자들 80% 이상이 현재의 식료품, 생활용품 가격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가 뚫고 나갈 여지가 충분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이같은 월마트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테프코, 세인즈베리 등 영국내 경쟁업체들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의 유통업체들도 일제히 덩치 불리기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 통용으로 기업활동과 유통이 더욱 용이해져 월마트의 힘이 멀지않아 유럽 전역 곳곳에 스며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 유통계의 합병 규모는 94년 29억달러, 98년 124억달러로 확대일로에 있다.
월마트와 함께 아스다 인수전에 나섰던 킹피셔도 이에 맞서 유럽의 다른 소매점 체인과 제휴를 모색할 계획이다. 네덜란드의 아홀드와 프랑스의 까르푸간에 합병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프랑스에서 식품 유통업체 카지노와 코라가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업체들이 월마트의 위협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할 경우 백화점, 대형 양판점, 슈퍼마켓 부문은 거의 월마트의 수중으로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관망까지 내놓고 있다. 자칫하면 특수용품을 취급하는 전문점만이 살아남는 살벌한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가공할만한 자금력과 시장 장악력을 보유한 월마트가 유럽을 점령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마트는 『현재 10%에 불과한 해외판매 비중을 향후 5년내에 30%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시장 공략이 순조로이 이뤄지면 남아있는 대륙 아시아, 중남미까지 정복하겠다는 야심이다.
세계적인 유통왕국 월마트의 깃발을 하나 하나 꽂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