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예금인출, 급여계좌 해지 등을 앞세워 외환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독단적으로 체결한 것은 물론 이후 후속조치에 대한 불만을 물리적인 수단으로 표출하면서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과의 주거래관계 해지라는 '강수'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일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 예금인출에 이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외환은행에 급여계좌가 있을 경우 이날 중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회사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의 외환은행 급여계좌 규모는 생산직 등 다른 은행을 거래하는 직원이 많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현대차그룹의 경고성 조치인 셈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전날 외환은행에서 계열사 예금 1조3,000억원을 인출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이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그룹에 대한 자금증빙을 촉구하는 등 다소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입찰 주관은행로서 미흡한 구석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일 "주관은행으로서 본분을 망각하거나 적절히 처신하지 못하는 외환은행에 대해 정ㆍ관계 및 재계가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일에도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에 두 차례에 걸쳐 자료제출 유예기간을 주는 것은 법률과 대법원 판례에 위반되는 불법조치"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외환은행이 1차 시한 이후 다시 5일간의 유예기간을 준다면 법적 책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입장발표와 함께 예금인출 및 급여계좌 해지 등 물리적 수단을 병행, 외환은행에 대한 대립각을 분명히 세운 것이다. 외환은행은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압박에 대해 "인출되는 예금은 다른 예금 유치로 대체할 수 있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당장 매각을 앞둔 시점에서 '거물' 고객과의 관계악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주거래은행 해지'라는 강수를 둘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입찰에 다시 공세적인 자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채권단, 특히 입찰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에 대해 보다 강력한 수단도 쓸 수 있음을 뜻한다"며 "그것이 상황을 유리하게 전개시키는 데 좀 더 효과적이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 예금인출은 통상적인 거래의 일환이며 또 임직원 계좌의 해지 역시 일부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한 일"이라며 "더욱이 외환은행과의 주거래관계 해지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